신병철 박사의 마케팅 코칭… 상식을 뒤엎는 소비자 선호도의 비밀
○ 장점은 적을수록 좋다?
독일의 연구자들이 사람들에게 ‘BMW가 좋은 이유’에 대해 물었다. BMW는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는 차다. 개인적으로 BMW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장점을 몇 개 생각해 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그런데 연구자들은 피실험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 A집단에는 좋은 이유를 딱 1가지만 적어달라고 했고, B집단에는 좋은 이유 10가지를 적어달라고 했다. 그러고 나서 A, B집단 모두에게 BMW가 얼마나 좋은 차인지 0에서 10까지 점수를 매겨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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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가 좋은 이유를 하나만 적으라고 하면 누구나 쉽게 생각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훌륭한 디자인’ ‘강력한 파워’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같은 답이 머릿속에 쉽게 떠오른다. 그러나 좋은 이유를 10가지 쓰라고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BMW를 아무리 좋아해도 자동차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장점을 10가지나 적어 내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B집단의 사람들은 보통 3, 4가지를 생각해 내는 데 그쳤다.
장점을 1개만 적어내도록 요구받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적은 이유를 근거로 BMW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 스스로 ‘그래, 바로 이 점 때문에 BMW가 좋은 거야’라는 평가를 내리는 것이다. 반면 10개를 적어 내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3, 4개 생각해 내는 데 그친 사람들은 ‘BMW가 좋은 이유가 그렇게 많지는 않구나’라고 인식하게 된다. 그 결과 브랜드 선호도가 낮아진다.
○ 내용보다 기억 용이성이 중요하다
부정적인 정보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에도 집단을 둘로 나누어 A집단에는 BMW가 나쁜 이유를 1가지만, B집단에는 나쁜 이유를 10가지 적어달라고 했다. 결과는 긍정적인 질문을 할 때와 같은 양상을 보였다. 나쁜 이유를 하나만 적어달라는 지시를 받은 사람들은 자신이 적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평균 4.5점이라는 비교적 낮은 브랜드 선호도를 보였다. 반면 B집단은 5.7점의 비교적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이번에도 나쁜 이유를 10개 다 적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비싼 가격’ ‘낮은 연료소비효율’ ‘고가의 수리비’ 등 3, 4개의 단점을 적고난 후 더 생각이 나지 않으면 ‘BMW가 그렇게 나쁜 차는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BMW뿐 아니라 경쟁관계에 있는 메르세데스벤츠에 대해서도 같은 실험을 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연구 결과에서 보듯이,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은 설령 그것이 장점이라도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또 단점이 많다고 해서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전달하는 방법에 따라 소비자들이 큰 신경을 쓰지 않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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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용이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브랜드를 특정 카테고리의 대표주자로 인식시키는 전략이 좋다. 예를 들어 페덱스(FedEx)는 특송 화물 시장의 대표 브랜드다. 사람들은 해외로 빠르게 서류나 물품을 보내려고 할 때 자동적으로 페덱스를 떠올린다. 보습용품으로 알려진 바세린(Vaseline), 투명 접착테이프의 대표인 스카치(Scotch) 역시 대표성이 뛰어나 아예 해당 제품군을 뜻하는 일반명사로 쓰이는 브랜드들이다. 이런 브랜드를 갖고 있는 기업은 굳이 소비자들에게 많은 제품 정보를 주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방해만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핑클그룹 총괄대표 bcshin03@naver.com
정리=조진서 기자 cj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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