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응복 텍스타일 디자이너
전통적인 패턴에 화사한 파스텔톤을 입힌 침구, 쿠션, 커튼 등 패브릭 제품으로 입소문을 탄 텍스타일 디자이너 장응복 씨. CJ오쇼핑 제공
사실 일반 대중에게 모노콜렉션이 입소문을 탄 것은 공간 디자인보다는 주문 제작 방식에 기반한 하이엔드 패브릭 제품 덕분이었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1985년 모노콜렉션을 설립한 장 씨는 서울 청담동, 부암동 등에 부티크를 열고 주문 제품에 한해 최고급 소재로 침구류를 제작해 왔다. 알음알음 찾아온 알 만한 기업가나 유명인들이 그의 고객이었다. 철저하게 고급 시장을 대상으로 한 작업이었지만 관심을 갖는 이들이 점차 늘면서 2011년부터 CJ오쇼핑과 협업해 매스티지 침구 브랜드 ‘복(bogg)’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텍스타일 디자이너’란 게 생소하게 느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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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하이엔드 제품만 다뤄왔는데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어떤 것인지….
“하이 부티크와 남대문은 ‘눈썹 하나’ 차이다. 우리 제품이 카피가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지만 안감이 다르다. 좋은 제품은 드러나는 곳보다 오히려 안 보이는 부분에 더 신경을 쓴다.시대를 막론하고 디자인이 공감을 받는다면 그 상품은 명품이다. 모노콜렉션이 지향하는 것도 명품을 만드는 것이지 비싼 걸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다.”
―꽃신, 산수, 십장생 등 전통적인 패턴에 화사한 파스텔 톤으로 유명하다. 디자인 모티브는 어디에서 주로 찾나.
“한국적인 정서와 우리의 스토리를 동시대의 감각으로 재해석을 하는 것이 디자이너로서의 주된 모티브다. ‘앤틱’이 유행이지만 동시대인에게 공감을 못 받고 팔리지 않는 디자인은 실패다. 사실 디자인을 처음 할 때는 한국적이라는 것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었다. 우리 유물이나 책, 문학을 바탕으로 장기간 연구에 노력을 기울였고 1년에 두 번은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시행착오에 대한 조언, 평가를 받으며 발전시켜왔다. 모노콜렉션 초창기엔 매장에 온 손님들이 예쁘다고 감탄하며 ‘어디 거냐’고 물었다. 유럽 수입 제품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한국 거고 제가 만들었다’고 하면 돌아나가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 그 사이에 한국적인 것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했다. 한국 전통미란 게 세계적으로도 이제 막 드러나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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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모노콜렉션이 추구하던 가치가 ‘홈쇼핑 브랜드’란 이미지와 상충할까봐 걱정이 컸지만 또 다른 보람과 즐거움이 있다. 예를 들어 모노콜렉션 제품이 천 조각을 이어붙인 패치워크로 돼 있다면 ‘복’은 똑같은 디자인을 프린트해 대량생산한다. 기존 제품의 20% 정도 가격에 80%의 즐거움과 맛을 똑같이 즐기는 게 대량생산의 묘미다.
―앞으로의 계획과 꿈이 있다면….
“CJ오쇼핑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차후 중국을 비롯한 해외 마켓도 공략할 예정이다. 디자이너로서는 한국적인 것을 지켜나가려는 노력도 계속할 것이다. 오방색 등에서 보듯이 우리 선조들은 색을 정말 잘 썼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요즘은 패브릭 트렌드도 무채색이 인기다. 하지만 ‘복’의 다양한 컬러들이 폭넓은 대중에게 인기를 끄는 것을 보면서 놀라우면서도 새 가능성을 찾은 기분이다. 럭셔리, 프리미엄, VIP도 모자라 VVIP 마케팅까지 넘쳐나는 시대지만 진짜 명품, 정말 값진 것은 전통에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