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한국은퇴설계연구소 대표
단순하게 계산해보면 53세에 은퇴하여 100세까지 약 47년(564개월) 동안 중산층의 삶을 사는 데 필요한 자금이 16억9200만 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 금액이 연금 목표액이 되고 남은 기간을 환산하여 월 연금액을 정하는 식으로 연금보험이나 연금저축을 판매한다. 나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노후의 삶을 위한 연금저축액은 엄청난 수준으로 느껴진다. 언제 그 돈을 다 모아야 하나, 젊은층도 한숨부터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석은 일종의 ‘공포 마케팅’이다. 금융회사의 논리를 파고들면 여러 허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수많은 가능성을 빼놓는다.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 등 기본 연금을 무시한다. 또 은퇴 후 경제활동 가능성도 제외하고 건전한 소비훈련의 필요성도 고려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은퇴자를 전혀 일하지 않고, 놀러 다니며 빈둥빈둥 소비만 하는 사람으로 전락시키고, 대한민국을 복지라곤 없는 후진사회로 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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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필요 자금을 현재 경제력으로는 감당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절망하여 은퇴준비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 도대체 어느 정도의 금액이 드는가. 정답은 없다.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은퇴 설계를 위해서는 은퇴 후의 경제활동, 소비생활과 함께 국민연금, 퇴직보험 등 확보 가능한 자금 등을 입체적으로 점검해 보아야 한다. 그래야 미래에 저당 잡힌 불행한 현재를 살다가 어느 날 힘에 부쳐 포기하고 마는 과도하고 잘못된 설계를 하지 않고 실행 가능하며 생활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적정한 준비가 가능하다.
국민연금만 해도 그렇다. 고령화로 연금을 수령할 사람이 늘기 때문에 연금 수령 시점이나 금액 면에서 불리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운영비용의 일부를 국고에서 지원하며 상품 판촉비용 등 부대비용이 들지 않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은퇴 준비는 퇴직연금이다. 소위 퇴직금인데, 법률 개정과 인식 변화 등으로 연금 방식으로 바뀌는 추세이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은 퇴직연금이 따로 없는데 다른 형태의 대체 수단을 찾는 것이 좋다. 이 바탕 위에서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용도로 개인연금 등 금융회사 상품 가입을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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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한국은퇴설계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