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난에… 몸값 높이려… ‘학력인플레이션’ 심화
이 씨는 “박사학위를 갖고 취업하면 기업에서 전문 분야를 살릴 수 있다. 선배들을 보니 과장급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사회 진출이 조금 늦더라도 박사학위로 증명되는 학력이 근무여건과 임금을 결정하는 데 유리하다는 말이다.
○ 고등교육 수요 늘어 학력인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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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취업난 속에서 고등교육을 통해 스펙을 쌓으려는 데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자기계발 욕구가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많다.
24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에 따르면 대학 학부 신입생은 2000년 31만8135명에서 2006년 25만4433명을 거쳐 지난해 23만8952명까지 줄어들었다. 12년 동안 25% 가까이 감소했다. 전반적인 학령인구 감소와 대학 구조조정의 여파다.
반면에 박사과정 입학생은 2000년 1만1705명에서 2006년에 1만7005명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만3328명까지 증가했다. 12년 사이에 2배 가까이로 불어난 셈이다. 전국의 박사과정 학과 수 역시 2000년 2412개에서 지난해 4465개로 늘었다.
대학에 다니는 학생은 줄어드는데도 최고학위인 ‘박사’를 따려는 학생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전반적인 교육수준이 올라가면서 학사나 석사학위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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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과 자기계발이 가장 큰 이유
서울의 초등학교 교사인 정모 씨(30)는 2006년 교사로 임용됐지만 3년 뒤 교육대학원에 진학했다. 방학 기간을 이용해 석사과정을 모두 마쳤다. 박사과정까지 공부할 계획이다.
정 씨는 “학부에서 전공한 도덕교육 분야를 조금 더 깊이 있게 공부해보고 싶었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박사학위를 목표로 짬짬이 공부하는 교사가 주변에 많다”고 전했다. 정 씨처럼 석사나 박사학위를 받은 교사는 승진에서 가산점을 받는다.
사회에 진출했다가 다시 학위를 취득하려고 대학을 찾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는 점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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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학력 인플레이션’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상당수 대학이 등록금 수입을 늘리고 학교 위상을 높이기 위해 박사과정을 경쟁적으로 운영하면서 부실한 교육이나 논문 표절 같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 일반대학과 대학원대학 232곳 중 박사과정을 운영하는 학교는 80.6%에 이른다. 미국에서는 2189개 대학 중 박사과정을 개설한 곳이 12.3%뿐이다.
송창용 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박사과정을 내실화하기 위해 대학원의 교육여건, 연구성과, 학위논문 전문(全文)을 공개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