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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아버지 장호철 씨 “미란아 결혼해 2세 낳으면 역도시켜…국위선양해야지”

입력 | 2013-03-23 07:00:00

인자한 미소가 닮아 있었다. 가족의 끈끈한 정은 그녀를 세계 최고의 여자 역사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이제 장미란은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을 통해 스포츠 꿈나무들을 가족과 같은 울타리로 감쌀 것이다. 15일 경기도 고양 장미란체육관에서 바벨을 함께 감싼 남동생 장유성 씨, 어머니 이현자 씨, 장미란, 아버지 장호철 씨(왼쪽부터). 작은 사진은 여동생 장미령 씨. 고양|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장미란,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는 가족들

그녀가 바벨을 마지막으로 잡은 지 5개월이 흘렀다. 2012년 10월 전국체전. 용상 2차시기를 앞둔 장미란(30)은 문득 묘한 감정을 느꼈다. ‘지금이 생애 마지막 시기가 될 수도 있겠구나.’ 155kg을 깨끗하게 성공시킨 그녀는 팬들의 박수에 공손하게 답례했다. 그리고 올 1월, 고심 끝에 은퇴를 공식발표하면서 예감대로 그날이 마지막 경기가 됐다. 선수생활을 마감한 그녀는 장미란재단 사업에 전념하며 아마추어 스포츠 꿈나무들을 후원하고 있다. 스포츠동아는 창간 5주년을 맞아 전문가 100인에게 ‘올림픽 사상 최고 스타는?’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장미란은 당당히 상위에 랭크됐다. 레전드로 남기까지 그녀가 씨름한 수만kg의 무게는 혼자만의 힘으로 감당한 것이 아니었다. 세계 최고의 여자역사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탄생했다. ‘재단 이사장’으로 호칭이 바뀐 뒤에도 가족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다. 15일 경기도 고양에 위치한 재단 사무실에서 장미란과 아버지 장호철(59) 씨, 어머니 이현자(56) 씨, 남동생 장유성(25) 씨를 만났다.

바벨 놓고 ‘장미란재단’ 이사장 된지 5개월
손바닥 굳은살이 다 사라지고 체중도 줄고
역도 시키신 부모님께 감사…아직 꿈이 있어
항상 경기장 찾으시는 아버지 든든했는데…

부모님 남은 바람은 “진실한 미란이의 반쪽”
남동생은 “배울점 많은 누나…불만 없었죠”


-손바닥이 좀 달라졌네요.

“(장미란) 굳은살이 다 사라졌어요. 아까워 죽겠어요. 운동이라는 것은 정직한 것 같아요. 역도를 안 하니까, 금세 손이 예뻐졌네요. 예전엔 굳은살 관리도 하고 그랬는데….”

-체중도 준 것 같아요.

“(장미란) 다이어트는 아직 시작도 안했어요. ‘행진’이라는 프로그램 찍으면서 좀 빠졌는데,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요. 부모님께서 ‘갑자기 빼면 몸에도 안 좋다’고 하셔서….”

“(아버지) 천천히 빼면 되지 뭘 그렇게 급해.”

“(어머니) 저는 제 딸이니까 언제나 예뻐요.”

“(장미란) 운동할 때만큼 많이 먹지는 않으니까, 부담도 없고 편해요. 남들이 보기에도 가뿐하대요. 아는 오빠들은 ‘너 살 빠지면 어떨까 궁금하다’고 해요. 하지만 언니들은 빼지 말래요. 자기들이 생각하는 역도선수 장미란이 안변했으면 좋겠다고 하네요.(웃음)”

(장미란은 국가대표 시절, 근력을 유지하기 위해 꼬박꼬박 야식을 챙겼다. 당시 주변에선 “살을 빼는 것보다 억지로 먹는 것이 더 곤욕이다”고 했다.)

-훗날 어떤 사람이 장미란 이사장의 짝으로, 새 가족이 됐으면 좋겠어요?

“(어머니) 바탕이 좋고, 진실한 사람이요. 세계적인 지도자가 될 때 잘 도와주고, 좋은 영향력을 줬으면 해요.”

“(아버지) 첫 번째는 건강해야죠. 돈 아무리 많아도 몸 아프면 무슨 소용이에요. 그 다음은 서로 아껴주고, 인간 됨됨이 되고….”

“(남동생) 누나가 잘 선택할 것 같아서 걱정은 안 하지만…. 누나가 운동에선 최고였지만, 일반인들이 경험한 것은 잘 모를 수도 있잖아요. 공부라든지, 누나의 빈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장미란) 어른 공경할 수 있는 사람, 성실한 사람. 말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닌데….(웃음)”

-소개팅도 가끔 들어오나요?

“(어머니) 남자친구 있는 줄 알아서 그런지 안 들어와요.”

“(아버지) 미란이가 말을 좀 서글서글해야 되는데…. 빨리 결혼해서 2세 낳아서 역도시켜. 너 같이 잘하게.”

“(장미란) 재능이 있고, 본인도 원한다면요.”

-장미란 이사장도 부모님께서 역도를 시키신 거잖아요.

“(장미란) 그래서 감사하죠. 역도 안했으면 목표도 없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냈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내 꿈이 (재단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지고 있으니….”

-부모님께서는 힘든 운동 시킨 것을 후회한 적은 없으세요?

“(아버지) 미안하긴 뭐가 미안해요. 그런 고생 안하고 되는 일이 있나요?(웃음)”

-아버지께서 매 경기를 따라다니신 것으로 유명한데요.

“(장미란) 사실 처음에는 유난을 떠는 것 같아 싫었어요. 그런데 ‘선수생활 영원한 것도 아니고, 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것인데…’라고 생각하니, 어느 순간 마음이 편해졌어요. 아버지께서 경기 외적인 부분들은 모두 신경 써주시니까, 전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거든요.”

“(아버지) 잘하니까 따라다닌 거지. 못했으면 따라다녔겠어? 미란이가 경기장에서 반갑게 안아주는 모습을 보면서, 모두들 부러워했죠.”

1월 10일 장미란(가운데)의 공식 은퇴식. 두 뺨에 보낸 부모의 키스는 장미란에게 작별과 출발의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었다. 스포츠동아DB


-가족이 누나 중심으로 돌아가다보면, 서운한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남동생) 사실 어느새 제 생활도 누나한테 초점이 맞춰졌어요. 그런데 제가 옆에서 보고 배우는 것들이 많으니, 불만이 생길 틈이 없어요. 누나가 자기 위주로 돌아가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아니까요.”

“(장미란) 솔직히 찬밥이었지 뭐. 솔직히 얘기해.”

“(남동생) 스타는 만인에게 알려진 것과 다른 모습도 있잖아요. 하지만 미란 누나는 보이는 모습과 진짜가 동일한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누나를 존경하죠.”

-모든 게 자신에게 쏠려있어서 미안한 점은 없었나요?

“(장미란) 솔직히 이런 생각이에요. ‘가족이니까 안 미안하다.’ 우린 가족이니까….”

-장미란 재단의 역할이 ‘가족’이라는 울타리와 비슷한 것 같네요.

“(장미란) 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불우한 환경에 놓인 선수들이 많아요. 그러면 위축되기 마련이거든요. 자신감도 없고, 창피하고, …. 그런 친구들이 올림픽 스타들을 멘토로 삼는다면, 얼마나 큰 힘이 되겠어요. 앞으로는 가족 캠프도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스타 선수들도 자기만 화려하지, 부모님들은 외로울 수 있거든요. 멘토-멘티 선수들의 부모님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서로 정보를 교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장미란재단은 공식설립파트너 비자코리아와 손을 잡고 2012년 2월 출범했다. 당시 장미란은 선수 신분이었다. 재단이 첫 발을 떼기까지는 아버지의 헌신적 노력이 뒷받침됐다. 체육계에선 “한국에서도 올림픽 스타가 사회환원 활동을 통해 영웅으로 발돋움하는 문화가 성숙돼야 하는데, 장미란이 그 시금석을 놓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고양|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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