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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SNS에서는]동정론이 우세한 마린보이의 홈쇼핑 출연

입력 | 2013-03-21 03:00:00


‘마린보이’ 박태환(24)이 홈쇼핑 방송(사진)에 등장했다. 박태환은 15일 오전 한 홈쇼핑의 스튜디오에 직접 나와 성장발육 건강기능식품 판매 방송을 한 시간 동안 했다. 박태환은 “특허 받은 제품이라 신뢰감이 커서 모델을 하게 됐다”면서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좋은 성분이 들어 있으므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영양섭취도 골고루 하면 저처럼 튼튼하게 자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여러분 파이팅하세요”라고 말했다.

그는 쇼핑호스트를 도와 제품 상자도 종종 들어 올려 보였다. 누가 봐도 ‘박태환이 보증하는 제품’이라는 인상을 갖게 했다. 해당 홈쇼핑 회사 홍보 담당자는 기자에게 “현역 국가대표 선수들이 TV 광고에 출연한 적은 많았지만 홈쇼핑에 출연한 것은 박태환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때 아닌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색적인 것은 비난 여론보다는 동정 여론이 대다수라는 것. 이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선수가 운동만 열심히 할 순 없다. 광고 출연이나 홈쇼핑이나 뭐가 다르냐’는 반응에서부터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같은 반응까지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운동선수들이 광고에 출연하면 “운동에 전념하지 않고 돈만 밝힌다”식의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점과 비교해 보면 사뭇 다른 반응이다.

이는 현재 자비(自費)로 훈련하고 있는 박태환의 사정이 많이 알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의 후원사였던 SK텔레콤은 런던 올림픽 이후인 지난해 9월 후원 계약을 해지했다. 박태환은 새 후원사를 찾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 누리꾼들은 올 1월 대한수영연맹이 박태환에게 주기로 했던 런던 올림픽 포상금 5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실까지 언급하면서 수영연맹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수영연맹이 박태환이 연맹 관련 행사에 비협조적이었던 것을 괘씸하게 여겨 포상금을 박탈했다고 하는데 (이게 사실이라면) 대한민국 사는 게 너무 부끄럽다. 현역 선수 지원도 안 해주는 협회라니’ ‘수영연맹은 선수들에게 도움을 줘야지 선수를 좌지우지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 선수들의 유일한 약점은 국적이다’ ‘1등급 선수, 2등급 국민, 3등급 선수협회다’.

홈쇼핑 방송을 보았다는 누리꾼들도 ‘사정이 오죽 어려우면 홈쇼핑까지 출연했겠느냐’ ‘대기업들은 왜 박 선수를 후원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스폰서 없는 그의 처지에 눈물이 난다’ ‘광고주들이 후원하는 셈치고 그에게 광고 계약 좀 많이 해주면 어떨까’ ‘박태환 힘내라. 홈쇼핑 상품을 구입하겠다’ 같은 글들을 올렸다.

박태환 측 손석배 전담 매니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후원 계약이 끊긴 것이나 수영연맹의 포상금 박탈은 모두 사실이지만 박태환이 훈련비가 없어서 홈쇼핑에 출연한 것은 아니었다”고 전제한 뒤 “해당 제품업체와 1년 전에 이미 전속모델 계약을 했고 러닝 개런티를 받기로 했다. 제품이 홈쇼핑에 출시될 때 전속모델로서 TV에 출연해 제품을 홍보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