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두 미래연구원장과 함께 쓴 ‘대기업정책 보고서’ 보니
다만 이 방안들의 실현가능성과 적절성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어 향후 ‘한만수 공정위’의 정책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 공약보다도 강경한 ‘한만수표 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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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편입 심사제’는 대기업이 계열사를 설립할 때 사전심사를 통해 설립허가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다. 원래 중소기업 업종을 침해하는 대기업 계열사의 설립을 규제하려는 목적이지만 한 후보자는 이를 일감 몰아주기 규제방안으로 쓰자고 제안했다.
한 후보자는 대기업의 불공정행위가 반복될 때 해당 계열사의 지분을 강제로 매각하도록 공정위가 명령할 수 있게 하는 ‘계열 분리 명령제’ 도입도 주장했다. 또 현행 공정거래법에 ‘현저히 유리한 조건’ 등으로 모호하게 규정된 부당내부거래의 기준도 구체적 수준을 제시해 명확히 하자고 제안했다.
이 방안들은 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내놨던 경제민주화 공약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공정위원장으로 지명된 한 후보자가 이 정책들에 강한 의지를 보임에 따라 정책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한 후보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해도와 추진력이 누구보다 높다고 자신한다”며 “공약에 없더라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정책은 추진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공개된 ‘지하경제의 실상과 양성화 방안’ 보고서에서 “금융계좌의 차명거래를 통한 지하경제 자금의 은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차명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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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처벌도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 후보자는 “현재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정부가 추진하는 ‘증여세 부과’는 재벌 총수일가가 취할 부당이익에 비해 과세액이 적어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지고, 일감 몰아주기를 용인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며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외국처럼 ‘화이트칼라형 경제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대폭 높이는 방안도 제시됐다.
한 후보자가 내놓은 경제민주화 방안들에 대해 재계와 경쟁정책 전문가들은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공정거래법에 명시된 계열사 부당지원행위 금지 규정만 해도 위헌 주장이 나올 정도로 논란이 심하다”며 “경쟁을 제한하지 않거나 특별한 피해가 없는 내부거래까지 규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국회 내에서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에 부정적인 여론이 있다는 점도 이 정책들의 실현가능성을 점치기 힘들게 만드는 부분이다.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는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여야가 합의한 사안이라 당초 2월 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부 의원들이 여론 수렴 등의 이유를 들어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세종=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