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저금리 시대, 증권사에 비상이 걸렸다… “물가상승률 4% 이길만한 상품 찾아라”일본으로까지 눈을 돌렸다는데… 수익률 5∼7% 신상품, 과연 찾았을까
우리투자증권 상품총괄본부가 회의를 하고 있다. 해외 채권 발굴, 월지급식 상품 발굴 등 전사적 역량을 모아 신상품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우리투자증권 제공
신현호 우리투자증권 상품기획부장은 “장문의 보고서도 여러 차례 쓰고 밤새워 머리를 맞댄 결과 투자자산을 해외로 확대하고, 한국에서 선보인 적이 없는 똘똘한 상품을 하나라도 확보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최근 증권업계에 ‘듣도 보도 못했던’ 해외 복합상품이 대거 등장한 배경이다. 이 ‘1%포인트의 전쟁’을 위해 증권사들은 ‘미래사업개발단’을 두거나 ‘사내 특허제도’를 도입해 우수 아이디어를 내는 직원을 포상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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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대신증권 채권영업본부장은 ‘우리다시본드(통화선택형 해외 채권)’에 주목했다. 일본에서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외화로 환전한 뒤 해외 고금리자산에 투자하는 중·상층 주부 투자자인 ‘와타나베부인’들을 대상으로 개발된 이 상품은 다양한 국가의 통화로 채권을 발행한 뒤 소액으로 판매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2010, 2011년에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2012년 4월 우리다시본드를 발행해 일본 투자자에게 팔고 있었다.
“일본에서 잘 팔렸다고 한국에서도 잘 팔릴까”라는 게 의문이었다. 하지만 채권의 표면금리가 7∼8%로 세금을 내도 5∼6%대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다. 또 채권만기가 3∼5년으로 짧다는 점도 괜찮았다.
대신증권 채권팀은 지난해 12월부터 일본 증권사와 줄다리기 협상에 들어갔다. 그 결과 지난달 터키 리라, 러시아 루블 등 4개 신흥국 통화로 발행된 우리다시본드를 한국 개인투자자들에게 팔기 시작했고 입소문을 타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9월 미래상품발굴단을 꾸렸다가 최근엔 미래상품총괄본부로 승격했다. 처음에는 “‘그동안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보자”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그런 상품은 찾기 힘들었다. 발굴단은 기존 상품 가운데 혼자서는 별로지만 합하면 시너지가 날 상품을 찾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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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진 우리투자증권 PB는 “국내 주식, 채권으로는 수익을 올리기 힘든 상황에서 해외든 어디든 쓸모 있는 자산을 찾아내는 능력이 증권사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