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일 걸린 정부조직법’ 이후
최고위원회의 가진 새누리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왼쪽)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앞으로 정치 쇄신과 민생 법안 처리에 몰두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원내대표, 황우여 대표, 이혜훈 최고위원.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비상대책위원회 연 민주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오른쪽)가 18일 국회 대표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설훈 비대위원, 문희상 비대위원장, 김비오 부산 영도 지역위원장.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실제 여야는 정부조직법을 놓고 당내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는 데 실패했다. 민주통합당은 박기춘 원내대표 등 협상 라인과는 별도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등이 성명을 내며 잡음을 일으켰다. 새누리당은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의 협상 전략이 엇갈려 진통이 적지 않았다. 협상 핵심 관계자가 황 대표와 이 원내대표에게 “두 분 의견부터 통일해 달라”고 요구했을 정도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래창조과학부 원안 고수’를 잇달아 천명하면서 새누리당은 야당과는 별개로 청와대와 ‘내부 협상’도 벌여야 했다. 특히 이정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수시로 국회를 방문해 박 대통령의 의지를 전하면서 의도와는 달리 협상이 오히려 꼬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메신저’로 통하는 이 수석은 이달 초 강창희 국회의장을 전격 면담해 정부조직법 원안 처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전해지자 여당에선 한때 국회의장의 정부조직법 직권상정설이 흘러나왔고 ‘미래부 원안 절대 사수’라는 말은 정설처럼 퍼져 나갔다. 이 수석은 이한구 새누리당, 박기춘 민주당 원내대표가 협상을 벌인 3일 밤에도 국회에 나타나 이 원내대표에게 청와대의 입장을 강하게 전달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협상 막판에는 여당 내에서 “우리 보고 어떻게 협상을 하란 말이냐”는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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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46일 동안 낮은 수준의 정치력을 보여준 여야와 청와대 앞에는 정부조직법 개정 못지않게 치열한 논쟁을 벌여야 할 사안들이 산적해 있다.
당장 여야가 이명박 정부의 핵심 사업인 4대강 사업과 ‘국가정보원 여직원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만큼 박 대통령 임기 첫해부터 정치권이 ‘국조 정국’으로 뒤덮일 수도 있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선 ‘감사원의 조사가 미진할 경우 국조를 실시하기로 노력한다’고 합의해 국조 실시 조건을 놓고 여야가 또다시 지루한 공방을 재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사청문회법도 6월까지 ‘합리적 개선을 위해 개정’한다고 합의했지만 야당이 정치적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인사청문회 관련 제도를 여당 입맛에 맞게 고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별로 없다.
또 청와대는 정부조직법을 마무리한 만큼 상반기에 40여 개의 ‘박근혜표 민생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지만 여야에선 “정부조직법도 46일 걸렸는데 상반기에 40여 개가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이 들리는 게 현실이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