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 스웨덴 쇠데르테른대 정치학과 교수
첫째, 선택적 복지의 영역으로 사회취약계층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저임금 근로자의 4대보험 지원, 4대 중증질환 치료비 지원, 취약계층의 부채 탕감을 위한 행복기금 및 청년실업기금 조성 등을 들 수 있다. 두 번째는 요건만 갖추면 모든 대상자에게 균등하게 지급되는 보편적 지원제도를 들 수 있다. 여기에는 육아수당, 일괄적 기초노령연금, 학교무상급식 등의 정책수단이 사용된다. 세 번째는 직장생활과 연관된 사회보장제도를 들 수 있다. 여기에는 병가급여, 산업재해보험, 실업급여, 출산급여 등의 지원 방법이 포함된다. 개인이 일정부분 부담하지만 주로 고용주와 국가가 분담해 재원을 충당하는 것이 국제적 추세다. 마지막으로 공공기관이 제공하는 복지서비스를 들 수 있다. 국공립유치원, 보건소, 양로원, 장기요양원, 치매병원, 직업교육원, 직업소개소 등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네 번째 대안으로 접근할수록 국민행복도는 높아진다. 네 가지 대안을 모두 사용하고 있는 북유럽 국민들의 행복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지만 미국과 영국의 예처럼 첫 번째 정책수단에 주로 머물러 있는 국가들의 국민행복도는 상대적으로 낮다. 지금 박근혜 정권이 대선공약으로 내놓은 정책들은 첫 번째부터 세 번째 대안까지를 적절히 배합하고 있다. 공약대로 이행만 된다면 국민행복도가 높아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이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두 번째 정책수단의 효과는 복지기금을 균등하게 모든 국민에게 나눠준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매년 수혜자가 빠르게 늘기 때문에 재원 발굴을 통한 지속적 팽창 없이는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하기가 어려워 재정적자 폭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재원 확보 상황을 봐 가면서 수혜자 폭을 점차 늘려가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
세 번째 사회보장 영역인 직장과 연계된 복지제도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상당한 사회보장기금 확보가 전제되어야 한다. 실업, 병가, 산업재해, 출산 시 급여 보전을 통해 안정적 직장생활과 해고 후의 생활안정에 기여하는 등 효과적인 사회정책 수단일 수 있지만 고용주의 재정 확대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국가가 재정적으로 떠안을 경우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나랏빚이 늘어나는 상황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제경제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국가경제가 일시에 무너질 수 있는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또 국민 불행에 직접적으로 연관성이 있어 진퇴양난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고용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끌어들여야 한다.
새 정부의 핵심공약인 국민행복정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일괄적 육아비용 지원보다 질 좋고 저렴한 공공탁아소와 유치원을 건립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인 정책이다. 그럼으로써 여성이 육아로 가정에 얽매이지 않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어 가정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국가적 차원에서 여성노동력의 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 어르신들께 기초연금 지급만큼 시급하고 중요한 것은 공공노인요양원, 양로원시설, 치매병동과 노인병원 등을 확충해 편안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족 일원이 책임지고 있는 부분이 복지기관으로 이양돼 그들이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있고 동시에 노인서비스 섹터의 일자리가 확대돼 경제에도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행복정치는 수많은 정책조합으로 가능하다. 한정된 재원으로 시작하는 만큼 5년 동안 할 일의 순위를 정하되 복지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고 국민들의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돕는 정책이 곧 국민의 행복을 높일 수 있다. 공약 수정이 행복 증진을 위한 것이라면 국민들도 이해할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