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에 나오는 산겐자야의 고가차도 말고도 도쿄에서는 어디서나 공중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만나게 된다. 초고층 빌딩 숲을 배경으로 거대한 콘크리트 기둥이 떠받친 길 위에 차들이 무섭게 내닫는 풍경은 얼핏 SF영화 속 미래도시를 떠올리게 한다. 일본의 경우 1964년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 자동차의 빠른 소통을 위해 고가도로를 많이 건설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1960년대 말부터 서울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고가도로가 들어섰으나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2006년 청계고가도로가 철거된 뒤 하나둘 퇴장하는 추세다. 예전에는 차들의 원활한 통행이 최우선이었다면 이제는 조망권과 도시미관 같은 삶의 질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제 서울시가 국내 최초의 고가도로인 아현고가도로를 철거하겠다고 발표했다. 1968년 9월 19일 준공한 이 고가도로는 왕복 4차로에 총길이 989m나 된다. 철거 사유는 구조물이 나이가 들면서 붕괴 위험이 있는 데다 보수 보강 비용만 80억 원이 들기 때문. 서울시는 자동차 위주에서 사람 중심의 정책을 표방하며 2002년 동대문구 전농동 떡전고가차도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5개의 고가도로를 철거했다. 내년 6월에 아현고가도로가 사라지면 서울에는 84개가 남는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