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사는 아내 불러낸뒤… 승용차에 태워 추락사고 위장11억 보험금 타내려다 덜미
“보고 싶다. 오늘 해운대로 내려와….”
박모 씨(32)는 4일 오전 경북 경주시 외삼촌 식당에서 일을 도와주고 있던 아내 신모 씨(39)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 씨는 기차를 타고 오후 5시경 부산 해운대역에 도착했다. 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 씨는 신 씨를 인근 미용실에 데려갔다. 그러곤 오후 7시 반경 초등학교 후배인 박모 씨(31)와 우연인 것처럼 길에서 만났다. “오랜만이네. 저녁이나 같이 할까.” 박 씨는 후배와 아내를 자신의 그랜저 승용차에 태워 10여 km 떨어진 기장군 연화리 횟집으로 갔다.
회를 먹은 뒤 밤바다를 구경하자며 오후 9시 50분경 해운대구 우동 동백섬 안 누리마루하우스 선착장으로 차를 몰았다. 오후 10시 25분경 일반 차량 주차를 막고 있는 바리게이드를 치우고 들어가 선박을 줄로 묶는 쇠말뚝(비트) 사이에 주차했다. 야경을 스마트폰으로 찍으면서 40분가량을 보냈다. 오후 11시 10분경 박 씨는 “날씨가 추우니 가자”고 후배에게 사인을 보냈다. 박 씨가 차 주변을 서성거리는 사이 신 씨는 뒷좌석에 탔고, 후배는 운전석 창문을 연 채 후진해 2m 아래 바다로 빠졌다. 그러고는 열어둔 창문으로 빠져나왔다. 신 씨는 수압 때문에 창문을 열 수 없었다. 남편 박 씨는 11시 12분경 119에 신고한 뒤 바다에 뛰어들었다. 10분 뒤 구조대가 도착했지만 신 씨는 이미 축 늘어진 뒤였다.
조사 결과 박 씨는 2007년 기혼자인 신 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신 씨와 눈이 맞았다. 2010년 11월 신 씨는 이혼한 뒤 한 달 만에 박 씨와 결혼했다. 하지만 반복되는 다툼으로 사이가 멀어지면서 별거를 했고 박 씨는 보험금을 노린 범행을 모의했다. 박 씨는 다른 여성과 교제하며 4월 결혼하기로 약속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해경은 14일 박 씨와 후배 박 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