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전위 작품 국내소개 창구… 올해는 국내작이 절반 차지유럽 실험극 거장들 대거 방한… ‘무대공포’ ‘양의 침묵’ 주목할만
12가지 스타일의 줄리엣을 연기하는 여배우 12명이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하는 홍성민의 ‘줄리엣’. 페스티벌 봄 제공
하지만 올해 페스티벌 봄에는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변화가 있다. 22일∼4월 18일 서울 대학로와 신촌, 성남아트센터에서 펼쳐질 26개 공연에서 해외작품(11편)과 국내작품(10편)의 비율이 거의 반반을 이룬 점이다. 나머지 5편은 국내외 공동 작업인데 중심은 역시 한국이다. 2007년 스프링 웨이브 페스티벌이란 이름으로 시작한 페스티벌 봄이 매년 소개하는 25편 안팎의 작품 중 해외작의 비중이 70∼80%였음을 감안하면 의미심장한 변화다.
국내 작가의 작품이 해외에서 각광받기 시작해서다. 유럽 실험극의 대모로 불리는 프리 라이젠 비엔나 페스티벌 예술감독과 독일 벨트 페스티벌 예술감독으로 내정된 마티아스 릴리엔탈 같은 인사들이 축제 기간 내한하는 것도 국내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일본 이자요이 요시다마치 스튜디오의 초청을 받은 서현석의 ‘무대공포’(4월 12∼14일 백성희장민호극장)도 주목할 만하다. 서현석은 세운상가와 청계천 일대를 무대로 한 장소특정 공연 ‘헤테로피아’(2011년)로 주목 받는 작가. 일본 요코하마의 구도심을 무대로 한 장소특정 공연으로 발전될 ‘무대공포’는 마음속 거울이 고장 난 자폐증과 세상의 거울로서 연극의 상관관계를 묻는다.
북한에 피자 요리법 동영상을 들여보내고 이를 본 북한 주민의 반응까지 담아낸 ‘모두를 위한 피자’(2011년)로 화제를 모은 김황이 그 속편으로 제작한 ‘x: 나는 B가 좋던데 y: 나도 스물아홉이야’(30, 31일 메리홀 대극장)도 있다. 북한과 중국 국경에서 소리 없이 영상으로만 이뤄지는 실시간 화상대화를 통해 사회문화적 맥락의 차이가 어떻게 의사소통을 방해하는가를 보여준다. 한화증권 CF와 가수 가인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양의 시선으로 자본주의를 비판한 남동현의 ‘양의 침묵’(4월 1, 2일 소극장 판)도 기대작이다. www.festivalbom.org, 02-730-9617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