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윤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위원장
그동안 정부와 군은 군 의료개혁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이 느끼는 군 의료 수준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이는 군의 의료 수준을 측정하는 척도인 ‘직업군인의 군 병원 이용률’을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군 간부는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따라서 민간 병원과 군 병원 중 선택해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군 병원이 접근성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이용을 꺼린다. 군 병원의 전문의 확보율이 민간 병원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의료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이다. 사실 군 병원은 의무복무 군의관인 수련의들이 주축이다 보니 민간 병원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전문의 중 상당수는 진급에 따라 병원장 등을 맡다 보니 의사로서의 역할이 제한된다.
정부나 군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병사들의 진료는 군 병원이 전담’한다는 원칙 아래 개혁안을 세우고, 이에 따라 내실을 기하고, 민간 병원에서 은퇴한 의사를 군무원으로 채용해 숙련의 부족 상황에 대처하고자 했다. 장기 군의관 확보를 위해 국방의학전문대학원 설립도 추진했다. 하지만 이러한 개혁안은 궁극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군 의료조직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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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개혁안이 실현되면 군 의료 품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야전부대에 전공의가 배치돼 오진에 따른 의료사고가 현저히 줄고, 전천후 후송 헬기 도입으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일도 크게 줄 것이다. 또한 수혜자인 병사들은 피보험자 신분으로 민간 병원에서 수준 높은 치료를 받을 수 있다.
물론 개선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지구병원의 폐쇄는 군 특정 병과의 위축을 초래하고, 전시에 필요한 군 병원을 평시 논리로 해체하는 것은 무모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군내 장기복무 의료 인력이 고급장교까지 진급하기 위해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의료개혁의 본질이 아니다. 아울러 전시에 전방지역에 야전병원을 창설하는 현재 계획에 비추어 후방지역에서 지구병원을 창설하는 것 역시 가능하며, 민간 병원을 전시에 동원하는 방안도 있다.
군 의료의 방향은 주 소비자인 병사를 중심에 놓고 접근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국민들이 바라는 본질적 개혁이 가능하다.
고성윤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