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손열음 독주회 ★★★★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독주회에서 손열음은 재기발랄한 레퍼토리와 자신감 넘치는 연주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크레디아 제공
검은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평소와 달리 한참 눈을 감고 마음을 가다듬은 뒤 건반에 손을 얹었다. 첫 순서로 쇼팽의 발라드, 마주르카, 왈츠를 거치며 서정적이며 섬세한 선율을 빚어내고는 이어 프랑스 작곡가 샤를발랑탱 알캉의 ‘12개의 단조 연습곡’ 중 12번 ‘이솝의 향연’에서 격정적인 연주로 극적인 음색 대비를 보여주었다.
어깨를 드러낸 드레스로 나타난 2부에서는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소나타 8번으로 야성미를 뽐냈고, 우크라이나 작곡가 니콜라이 카푸스틴의 ‘8개의 연주회용 연습곡’ 중 6∼8번에서는 탄력 있는 재즈의 리듬 속으로 관객을 순식간에 끌어당겼다.
연주회는 2부로 끝나지 않았다. 그의 앙코르 선물 7곡은 독주회의 3부나 다름없었다. 특히 미국 작곡가 윌리엄 볼컴의 ‘에덴의 정원’ 중 ‘뱀의 키스’에서는 피아노 몸체를 손가락으로 두드리거나 발을 구르고, 객석을 향해 손뼉을 치며 박자를 맞추는가 하면 휘파람까지 불며 관객을 즐겁게 해줬다. 유연하게 경계를 넘어서는 그의 음악세계가 어떻게 변모할지 더욱 궁금해진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