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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인트칠 거드는 고사리손 “꿈을 입혀요”

입력 | 2013-03-08 03:00:00

불교계 NGO ‘하얀코끼리’ 미얀마 바고 불교학교 봉사 현장




하얀코끼리 봉사단에 참여한 스님들이 2일 미얀마 만달레이에 있는 보육원에서 아이들을 안고 있다. 이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주지 스님은 “우유가 없어 젖먹이를 키우는 일이 가장 힘들다”며 눈물을 흘렸다. 불교신문 제공

“부족한 것 없어요. 나중에 의사가 돼 아픈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4일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에서 자동차로 1시간여 거리에 있는 바고 불교학교에서 만난 멍윈 군(15)은 “굶지 않고 공부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국제개발협력 비정부기구(NGO)인 ‘하얀코끼리’(이사장 영담 스님) 봉사단 20여 명은 이날 이 학교를 방문해 기부금을 전달하고 낡은 학교 건물에 페인트를 칠하는 작업을 했다. 멍윈 군의 말과 달리 부족한 것은 너무나 많았다. 이곳에서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중심으로 약 100명이 생활하고 있다. 2층에 있는 넓은 공간이 교실이자 잠자리다. 책상이나 의자는 아예 없다. 옷과 학용품을 보관하는 작은 철제 함만 벽에 죽 늘어서 있다. 여기서 아이들은 바닥에 엎드려 공부하다 다시 잠을 청한다.

“밍글라바(안녕하세요)!” 물질적으로는 부족하지만 불교식 나눔과 낙관주의가 몸에 밴 아이들은 봉사단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위생상의 이유로 머리카락을 박박 민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페인트칠을 거들자 낡은 교실은 금세 웃음으로 가득했다.

미얀마 바고 불교학교의 낡은 교실에서 학생과 페인트칠을 하고 있는 배우 한혜숙 씨. 불교신문 제공

이 학교의 초등학생은 64명이지만 중학생은 31명으로 급격하게 줄어든다. 다른 학교들도 비슷하다. “아이들은 5학년이 되면 공부보다는 밖에 나가 가족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학생이 푼돈을 벌거나 먹을 것을 해결하기 위해 거리로 나가 넝마주이가 됩니다.”(학교 관계자)

학교장인 아신 난 디야 주지 스님은 “학생들의 끼니를 해결하려면 하루 30kg의 쌀이 필요하다”며 “정부에서 한 해 300만 차트(약 330만 원)를 지원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봉사단에 참여한 영배 스님(전 동국대 이사장)은 “부처님의 가르침은 세계는 한 송이 꽃, 세계일화(世界一花)”라며 “고통 받는 이들을 돕는 데 나라를 구분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도울 수 있다면 어디든지 가야 한다”고 말했다.

봉사단은 양곤과 만달레이에 있는 학교와 보육원도 찾아 지원 활동을 했다. 하얀코끼리 홍보대사인 배우 한혜숙 씨는 “가난으로 일찌감치 꿈을 포기해야 하는 아이가 너무 많다”며 “아이들이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영담 스님은 “앞으로 현지 학교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한국에서 귀국하는 미얀마 노동자들의 정착을 위한 센터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1899-1208. www.whiteelephant.or.kr

바고·만달레이=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