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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식사 한번…” 야당에 먼저 손 내밀다

입력 | 2013-03-08 03:00:00

메뉴는 시퀘스터… 美공화당 상원의원 12명 초청 ‘소통의 만찬’




연방정부 예산 자동감축(시퀘스터)을 놓고 치열하게 대립하던 미국 정치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사진)이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저녁(현지 시간) 공화당 상원의원 12명을 백악관 인근 제퍼슨 호텔로 초대해 만찬을 했다. 이 자리에는 존 매케인, 린지 그레이엄, 톰 코번, 론 존슨 등 공화당의 온건파와 강경파 의원이 두루 참석했다.

이날 워싱턴을 강타한 눈폭풍을 뚫고 참석한 의원들은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 왜 이런 자리가 더 빨리 마련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시퀘스터 해결을 위한 그랜드 바겐(대타협)이 가능할 것 같다” 등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백악관도 회동 뒤 “대통령이 의원들과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교환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전국을 돌며 시퀘스터 책임을 공화당에 돌리는 대국민 설득 전략을 펼쳐왔다. 그러나 이 같은 장외 여론전이 오히려 국민 불안만 가중시킨다는 비난이 높아지자 장내로 돌아와 본격적인 협상 모드에 돌입한 것.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을 포용하는 ‘플랜B’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미 언론에서 나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회동 전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꼭 참석해 달라”고 부탁까지 했을 정도로 많은 공을 들였다. 공화당 의원이 다수를 차지해 대립 정도가 더 심한 하원보다 비교적 얘기가 통하는 상원 의원들과 먼저 만나 화해의 물꼬를 튼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주에는 하원 행사에도 참석할 계획이다. 13일에는 공화당 하원 코커스 오찬, 14일에는 상원 정책 오찬에 잇달아 참석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데니스 맥도너 비서실장을 통해 참석 요청을 했고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는 6일 일제히 “환영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 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2010년 5월 이후 3년여 만이다. 2009년 1기 집권 초기 건강보험 개혁법안 통과 때부터 공화당과 사이가 벌어진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과는 대화가 안 되니 어울릴 필요가 없다”고 자주 말해 ‘외로운 늑대(lone wolf)’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재선 성공에 따른 자신감으로 “타협보다는 원칙을 지키겠다”고 밝혀 공화당과의 대치 국면은 더욱 악화됐다. 지난해 12월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 얘기는 안 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공화당 의원 6명을 백악관에서 열린 영화 ‘링컨’ 시사회에 초대했으나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화해 모드로 돌아선 것은 시퀘스터 갈등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50%였던 오바마의 정책수행 지지율은 6일 43%로 떨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을 압박하기 위해 시퀘스터 후폭풍을 과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민주당에서조차 나올 정도로 시퀘스터 협상을 둘러싼 오바마 대통령의 비타협적 태도는 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또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총기규제, 이민개혁 정책이 공화당의 협조가 없으면 의회 통과가 힘들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오바마 대통령으로 하여금 먼저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도록 했다.

대선 패배 후 분열 상태인 공화당 입장에서도 끝까지 대결해봤자 얻을 것이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과 관계 개선에 나설 것으로 정치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불통’을 타개하기 위해 타협의 정치력을 발휘한 오바마 대통령에게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좋은 평이 나오고 있다.

회동에 참석했던 그레이엄 의원은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면 우리(공화당)가 그 손을 잡는 것은 당연하다”며 “만약 정치권이 대화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는 결국 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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