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영. 동아DB
런던올림픽서 주전 GK 정성룡 백업
브라질월드컵서도 팀 위해 백의종군
4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대표팀 최강희 감독은 26일 열릴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카타르전에 나설 최종 명단(23명)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같은 시간 부산 아이파크의 주전 골키퍼 이범영(23·사진)은 부산 자택에서 막 일어나려던 참이었다. 3일 강원FC와 홈 개막전을 마치고 주어진 꿀맛 같은 하루의 휴식. 여유롭게 TV를 보고 있는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대표팀에 선발됐다는 지인의 축하 메시지였다.
이범영은 믿기지 않았다. 그는 “문자를 받고 깜짝 놀라 인터넷을 검색해봤다. 그때서야 대표팀에 뽑힌 걸 실감할 수 있었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전북현대의 유망주 골키퍼인 친동생 이범수와 부모님으로부터 축하 메시지를 받았다. 많은 책임감을 느꼈다.
이범영은 누구보다 그 마음을 이해한다. 2012런던올림픽을 통해 헌신과 희생정신을 배웠다. 올림픽 최종 명단(18명) 발표 직전까지 합류 여부를 알지 못했다. 마음을 비웠더니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선배 정성룡(수원)이 든든하게 골문을 지켰다. 자연스레 벤치로 밀렸다. 그러나 단 한번 주어진 기회를 살렸다. 영국단일팀과 8강전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선 다니엘 스터리지(리버풀)의 슛을 막아내며 4강으로 이끌었다.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도 그에게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한국을 대표하는 선배들과 한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그는 “최고 선수들의 슈팅을 막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너무나 값지고 황홀하다”고 말했다.
브라질월드컵에 서고 싶은 희망도 감추지 않았다. “욕심이 없으면 선수가 아니다. 기회가 주어진 만큼 책임을 다할 것이다. 형들과 함께 브라질월드컵 무대에 서고 싶다.”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트위터 @sangjun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