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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전남 신안군 식목행사 2월로 앞당겨보니…

입력 | 2013-03-07 03:00:00

3, 4월에 충분히 수분공급돼 활착률 평균 10% 이상 높아




지난달 28일 전남 신안군청 공무원들이 비금도에서 난대 수종인 애기동백나무를 심고 있다. 신안군 제공

1004개 섬으로 이뤄진 전남 신안군은 2007년부터 2월에 식목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비금도에서 행사를 갖고 난대수종인 먼나무와 애기동백나무 등 2500여 그루를 심었다. 신안군이 전국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나무를 심는 까닭은 2월에 심는 나무의 생육 상태가 가장 좋기 때문이다. 2월과 4월 활착률이 최고 15% 이상 차이가 나자 식목행사를 앞당긴 것이다. 전남의 다른 자치단체들도 신안군을 따라 2월 말이나 3월 초·중순에 식목행사를 갖고 있다.

○ 2월에 심은 나무 생육 상태 좋아

신안군은 2007년 이전에는 4월 5일을 전후해 섬을 순회하며 식목행사를 가졌다. 수종은 소나무와 편백나무가 주종을 이뤘다. 박우량 군수는 지구 온난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수종을 선정하고 나무 심는 시기도 조정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며 2007년부터 식목행사를 두 달가량 앞당겼다. 2년 전 2월에는 안좌도에서 눈이 내리는 가운데 나무를 심기도 했다. 수종도 후박나무, 가시나무, 먼나무, 구실잣밤나무, 황칠나무 등으로 다양화했다.

신안군은 매년 2월 중순이나 말에 나무를 심은 뒤 3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전수조사와 표본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먼나무의 활착률이 98%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후박나무(96%), 가시나무(95%), 구실잣밤나무(93%), 황칠나무(90%) 순이었다. 이세관 신안군 경관조성담당은 “4월에 심은 나무의 활착률보다 평균 10% 이상 높았다”며 “5년 정도 자란 후박나무와 먼나무는 관상용으로 팔려 주민 소득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2월에 심은 나무의 생육상태가 좋은 것은 3, 4월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받기 때문이다. 4월에 심은 나무는 5, 6월 봄 가뭄 탓에 뿌리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신안군은 이런 이유로 산불 피해지역이나 병해충으로 숲이 망가진 곳에 나무를 심는 조림사업도 2월부터 시작하고 있다.

○ 빨라진 식목행사

전남지역 자치단체들도 신안군처럼 나무 심기를 앞당기고 있다. 장성군이 지난달 29일 식목행사를 가진 것을 비롯해 이달 4일 목포시, 5일 장흥군이 식목행사를 마쳤다.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여수시 등 6개 시군이 22일, 나머지 시군은 늦어도 26일까지 모두 나무 심기를 마칠 예정이다.

지난달 국립산림과학원이 발표한 기후변화에 따른 개엽(開葉)·개화(開花) 시기 모니터링 결과 현재 식목일이 나무를 심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100년간 우리나라 기온이 약 1.5도 상승하면서 나무 심기에 적기인 날이 2주 정도 빨라졌다. 산림과학원이 1996년부터 나무 심는 시기에 영향을 미치는 뿌리생장 시작 시기, 토양 해동 시기 등의 자료를 장기간에 걸쳐 분석한 결과다. 기후변화 시나리오가 현재처럼 진행된다면 중북부 수종인 잣나무의 생육분포 범위는 북쪽으로 이동하거나 고산지대로 축소되고, 편백 같은 온대 남부 수종이 전국에 퍼질 것으로 예상됐다.

식목일이 4월 5일로 정해진 건 24절기의 하나인 청명(淸明) 무렵이 나무 심기에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다. 청명은 ‘날씨가 좋다’는 뜻으로 봄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으로 밭갈이가 시작되는 날이다. 현행 식목일은 1910년 4월 5일 순종이 봄 농사를 위한 축제를 열면서 직접 나무를 심은 데서 유래됐다. 일제강점기에는 4월 3일이었으나 광복 이듬해인 1946년 정부가 4월 5일로 바꾸었다. 식목일에 실제로 나무를 심는 사람이 적고 공휴일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2006년 국가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