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강원]“손맛-정직으로 장 만들기 4년… 이젠 주문 너무 몰릴까봐 걱정”

입력 | 2013-03-05 03:00:00

시골아주머니들 의기투합 창업
춘천시 동면 ‘콩이랑∼전통장’




춘천시 동면 상걸리 전통장 담그기 행사가 9일 오전 11시부터 진행된다. 체험객이 담근 장은 마을에서 관리해 주고 필요한 만큼 택배로 보내 준다. 춘천시 제공

시골 아주머니들이 어엿한 장 사업가로 변신했다. 주인공은 2009년 10월 강원 춘천시 동면 상걸리에 문을 연 ‘콩이랑 상걸리 전통장’ 직원들. 농사와 살림밖에 모르던 시골 아주머니들이 손맛만큼은 자신이 있다며 의기투합했다. 농촌진흥청의 ‘농촌 여성 창업 지원 사업’에 선정돼 종잣돈 1억 원을 마련했다.

당시 개업 준비에는 마을 주민 수십 명이 함께했다. 하지만 고된 일과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문으로 실제 개업 때는 6명만이 참여했고 현재는 4명으로 줄었다. 이들이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우는 것은 손맛과 정직. 나랏돈을 받았으니 꼭 성공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크다. 주부들은 장 만드는 것 외에 컴퓨터와 장부 기입법 등을 배웠다.

콩이랑이 만드는 제품은 된장 막장 고추장 청국장 메주. 재료는 100% 국산 콩만 쓴다. 그것도 마을 주민과 이웃 마을에서 재배한 것만 쓴다. 장 만들기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다 보니 품이 곱절로 든다. 가마솥에 장작불을 지펴 콩을 삶고 메주를 만든다. 좋은 장은 좋은 재료와 정성으로만 담글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홈페이지(withkong.com)를 만들고 전통 장 체험 행사를 열면서 점차 주문이 늘어났다. 구매자들을 통해 장맛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진 덕분이다. 또 매년 여는 마을 전통장 행사에도 체험객이 늘고 있다. 이 덕분에 지난해 매출은 약 1억 원으로 첫 흑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2011년에 비해 배 이상 늘었다. 초기에는 72kg들이 콩 11포대를 썼지만 지난해에는 80포대가 들었을 정도. 주부들은 오히려 주문이 너무 몰릴까 걱정이다. 수요가 늘면 재료 확보가 어려운 것은 물론 정성도 줄어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콩이랑의 대표 역할을 맡고 있는 변옥철 씨(55)는 “판매는 연중 이뤄지지만 장 만들기는 겨울철 농한기를 이용할 수 있어 이모작을 하는 느낌”이라며 “수익이 더 나면 마을 아이들을 위한 장학사업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