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제윤 금융위원장 후보자“우리금융 민영화 서둘러야” 가계부채 해결사로 나서
그의 손에는 두툼한 낡은 가방이 들려 있었다. ‘국제금융통’인 그는 15년째 이 가방을 들고 100만 마일 넘게 세계를 누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2006∼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한미 통화스와프 협상(2008년), 주요 20개국(G20) 재무차관회의(2010년),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협상(2012년) 등에서 활약했다.
이번에는 그가 금융당국 수장(首長)으로서 ‘가계부채 문제 해결사’로 나섰다. 1000조 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키고, 서민 안전망을 확충시키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2일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이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 들어서고 있다. 들고 있는 검은색 가방은 신 후보자가 15년 동안 들고 다닌 것이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0여 년째 민영화가 표류하는 우리금융에 대해 신 후보자는 “민영화가 지연되면서 조직이 정치화되고 있다”며 “관치(官治)가 없으면 정치(政治)가 되고, 정치가 없으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의 내치(內治)가 된다”고 우려했다.
우리금융의 매각 방식과 관련해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라고 못 박았다. 그는 “국민주 방식을 통하면 온 국민이 주식에 매달리고, 국민주 방식을 택했던 포스코나 한전의 외국인 지분이 높지 않으냐”고 설명했다.
인사청문회를 앞둔 그는 “(살림이 단출해) 20분이면 재산등록이 끝난다”고 밝혔다. 관보에 따르면 신 후보자의 부동산은 과천시 별양동 아파트 1채(5억9200만 원)가 전부다. 재정부에서 ‘가장 닮고 싶은 상사’로 여러차례 뽑힌 그는 “앞으로는 바뀌었다는 얘기를 많이 들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