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출판사 어린이책 담당자의 하소연이다. 이 담당자가 우려하는 책은 한국고전번역원이 최근 출간한 ‘우리 고전 재미있게 읽기’ 시리즈.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고전번역원은 5000여만 원의 사업비를 받아 1년여의 준비 끝에 이번 시리즈를 선보였다. ‘장복이, 창대와 함께하는 열하일기’ ‘조선의 과학자 홍대용의 의산문답’이 최근 출간됐고, 연내에 새로운 4권을 더 펴낼 계획이다.
고전에 관한 국내 대표적 연구기관이 직접 기획과 감수를 맡아 보다 정확한 내용의 어린이 도서를 만든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어린이책 출판사들의 심경은 불편하다. 출판계 불황 속에서도 그나마 형편이 나았던 어린이책 시장마저 공신력이 높은 고전번역원에 뺏길까봐 걱정이 돼서다.
다른 시각도 있다. 다른 대형출판사 어린이팀 부장은 “(번역원이 출간한) 홍대용에 관한 책은 거의 출판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고전을 새롭게 발굴한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고전번역원도 조심스럽다. 홍인국 기획조정실장은 “한문고전을 다룬 기존 어린이책의 내용이 미흡하거나 부정확한 면이 있어 이번 시리즈를 기획한 것일 뿐 어린이책 출판사와 경쟁할 생각은 없다. 애초 수익을 기대하고 기획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