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증시 요동…국채 금리 상승
현 정부의 구조개혁 정책을 이어 나가겠다고 약속한 중도좌파 민주당이 하원에서는 과반수 1당이 됐다. 하지만 상원에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중도우파 자유국민당에 밀려 과반수 달성이 어려워지자 시장이 요동쳤다. 긴축정책이 유지되기 어렵다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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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파장으로 25일 뉴욕증시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1.55% 떨어진 13,784.17로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83% 하락했다. 미 연방정부의 대규모 예산 자동 삭감을 의미하는 시퀘스터 발동이 다음 달 1일로 다가왔지만 금주 내 정치권의 합의가 성사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하락을 부추겼다. 26일 도쿄 증시도 전날보다 263.71엔(2.26%) 떨어진 11,398.81엔으로 장을 마쳤다. 26일 유럽 증시는 급락세로 출발해 오후 3시 현재 이탈리아는 전날 대비 ―4.41%, 독일 ―1.75%, 프랑스 ―2.14%, 영국 ―1.34%, 스페인 ―2.63%를 기록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6일 “이탈리아 국민이 긴축을 거부했다”라고 평가했다. 마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유럽연합(EU)의 강력한 긴축정책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이지만 이탈리아는 안정적인 정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독일 재무장관들은 “이탈리아는 지속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 시계 제로 정국…새 정부 출범 난망
이탈리아 정국은 한치 앞을 보기 어려운 짙은 안갯속에 빠졌다.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는 ‘국회를 마비시킨 충격적인 투표’라고 보도했다. 전국 득표율로 의석을 주는 하원은 민주당이 29.54%로 1위를 차지해 특별 규정에 따라 과반수 의석(340석)을 확보했다. 자유국민당은 29.18%(124석)로 2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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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상원도 하원과 똑같이 △조각 승인권 △내각 불신임권 △법률 통과권 등을 갖고 있어 하원 1당이 상원에서 과반수 세력을 만들지 못하면 정부 출범이 어렵다.
민주당은 중도연합의 지지와 5성운동과도 정책별 연대를 통해 급한 대로 과반수를 노린다는 구상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첫 원내 진출에 일약 3위 정당이 된 최대 승리자 베페 그릴로 5성운동 대표는 “환상적인 결과다. 우리는 엄청난 세력이 될 것”이라며 “기성 정치인의 수명은 기껏해야 수개월에 불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권 정치 타도를 외쳐온 5성운동은 특정 정파와 협력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 과도정부 구성 후 6월 재선거 전망
전문가들은 “재앙의 시나리오가 만들어졌다”(로버트 달리몬테 루이스대 교수)며 “몇 개월 내 재선거가 치러져야 할 것이다. 그동안 시장은 요동칠 것”(제임스 월스톤 로마 아메리칸대 교수)이라고 말했다.
지금 상황은 유로존 퇴출 위기를 맞은 그리스가 작년 6월 안정적인 1당을 만들기 위해 총선 재투표를 한 것과 비슷하다. 스테파노 파시나 민주당 경제 대변인도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하려면 재선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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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