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지금 백악관에서 생활하는 포르투갈 워터도그 혈통의 강아지 ‘보(Bo)’이다. 대통령 가족을 ‘퍼스트 패밀리’, 대통령 부인을 ‘퍼스트레이디’라고 표현하듯, ‘보’는 대통령의 애완견이란 의미로 ‘퍼스트 도그(first dog)’로 불린다. 권력을 쥐는 대가로 고립된 삶을 살아야 하는 역대 대통령들은 강아지를 곁에 두고 외로운 마음을 의지했다. ‘퍼스트 도그: 미국 대통령과 그들의 가장 친한 친구들’이란 책에 따르면 백악관 주인들 중 절반 이상이 재임 중 애완견을 길렀다. 애완견은 대통령에게 정서적 안정감만 주는 게 아니다. 막강한 힘을 지닌 최고 통치자를 친근하고 인간미 넘치는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이미지 메이커’의 역할도 훌륭하게 해낸다.
▷32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애완견 사랑은 각별했다. 그는 평소 “나를 욕해도 좋고 아내인 엘리너를 욕해도 좋지만 애견인 팔라만은 욕하지 말라”고 말했다. 팔라는 루스벨트 기념관에 동상으로 남아 여전히 주인 곁을 지키고 있다. 41대 대통령 조지 부시의 개 밀리는 ‘역사상 가장 많은 자선기금을 모은 개’로 기록된다. 바버라 부시 여사가 쓴 ‘밀리의 책’이 부시 자서전보다 더 많이 팔린 덕분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키웠던 ‘버디’의 생애는 위키피디아에까지 올라 있다. 한국에선 이승만 대통령의 가족사진에 등장한 강아지 4마리부터 시작해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에서 선물받은 풍산개 ‘우리’ ‘두리’, 이명박 대통령이 아낀다는 진도개 ‘청돌이’ 등이 퍼스트 도그의 계보를 이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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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