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절경 유채꽃밭 숲길까지 닮은꼴… 주택만 빼면 제주올레로 착각할 정도
규슈올레 히라도 코스는 일본 속에 스며든 서양의 정취가 묻어난다. 사찰의 누각 위로 성당의 고딕철탑이 하나의 풍경으로 들어와 동서양의 공존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규슈올레 아마쿠사·마쓰시마 코스의 센간 산 정상에서 바라본 해안 풍경은 우리 남해안의 다도해와 유사하다. 규슈=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규슈(九州) 나가사키(長崎) 현 히라도(平戶), 구마모토(熊本) 현 아마쿠사(天草)·마쓰시마(松島), 미야자키(宮崎) 현 다카치호(高千穗), 가고시마(鹿兒島) 현 기리시마(霧島)·묘켄(妙見)에 올레코스가 18∼21일 순차적으로 개장했다. 지난해 2월 규슈지역 4개 올레코스가 만들어진 후 두 번째이다. 제주에 주재하는 기자가 규슈올레 코스를 직접 둘러봤다.
○ 비슷하지만 다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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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마 코스는 히라도 코스와 마찬가지로 아스팔트길, 시멘트길이 흠이기는 했지만 유채꽃밭과 해안절경, 숲길이 조화를 이뤘다. 논두렁에 광대나물과 봄나물의 대명사인 달래가 지천으로 널렸다. 센간(千巖) 산 정상의 전망은 피로를 잊기에 충분했다. 가와마타 유키(川端祐樹) 아마쿠사 시장은 “올레는 뒤틀린 삶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카치호 코스는 거대한 협곡과 어우러진 편백나무, 삼나무와 대나무숲의 향연이었다. 계곡 물소리가 시원한 다카치오 협곡을 지나 펼쳐지는 숲길은 양탄자처럼 푹신했고 대나무숲은 끊어졌다가 이어졌다. 바위와 나무에는 콩짜개덩굴이 덮여 있었다. 종점 직전의 이름 없는 폭포는 이번에 ‘올레폭포’로 명명됐다.
○ 올레의 수출
올레의 일본 수출은 민관 합동인 규슈관광추진기구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규슈 지역에 관광객이 줄자 돌파구로 올레를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규슈올레’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코스개발 컨설팅을 했다. 길안내를 하는 리본, 간세(제주마를 형상화한 표지), 화살표 등을 그대로 사용하도록 했다. 규슈관광추진기구 후지키 히데노리(藤木秀則) 부본부장은 “올레가 새로운 관광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과감히 도입을 결정했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주처럼 규슈의 7개 현을 모두 잇는 26개 코스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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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슈올레가 단순히 관광객 유치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몸과 마음의 아픔을 걷어내는 치유(힐링), 자연과 지역사회와의 소통이라는 올레정신을 잘 유지해야 진정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규슈올레 개장행사에 참석한 박해연 씨(61·경기 안산시)는 “자연과 대화를 나누고 현지 주민과 소통하는 것은 기존의 트레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걷기 문화”라며 “올레가 유럽과 미국에도 진출해 ‘글로벌 올레 시대’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규슈=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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