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이미지’ 3년 간다, 교복… 줄여야 산다
경기지역의 예비 고1 전모 양은 최근 2주를 새학년 준비로 바쁘게 보냈다. TV 뷰티프로그램과 여성잡지, 인터넷 블로그에서 화장법 정보를 찾아보며 ‘생얼 화장법’(마치 화장을 하지 않은 듯 세련되게 화장하는 법)을 연구했다. 틴트는 기본, 세뱃돈으로 펜슬 형태의 아이라이너와 비비크림, 성인용 고급 수분크림도 샀다. 머리카락은 친구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레몬 블론드’ 색으로 염색했다. 교복과 13만 원짜리 유명 브랜드 운동화 등을 사는 데 총 100여만 원이 들었다. 돈은 대부분 부모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주었다.
전 양은 “새 학기에 교복 치마가 무릎을 덮을 정도로 길거나, 동그란 은색 실테 안경 같은 걸 끼고 있는 애들한테 말을 먼저 거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개학을 하면 외모를 통해 느껴지는 이미지에 따라 친구관계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사춘기라 외모에 신경 쓴다고?… 3년간 학교생활 좌우할 수도
전국 중고교생들은 새 학년 새 학기 준비로 분주하다. 교복의 치마길이나 바지통을 줄이고, 화장을 하고, 최신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을 하는 건 기본. 적잖은 학생은 부모의 도움을 받아 유명 브랜드 책가방, 운동화, 화장품 등 이른바 ‘등골브레이커’(가격이 비싸 구입하는 부모의 등골을 휘게 만드는 제품)를 장만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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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고교생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에는 △학년별로 적합한 교복치마 길이 △새 학기 헤어스타일 △교복 코디법 △점퍼, 책가방, 틴트 제품추천 같은 정보가 인기를 끈다. 각 글에는 ‘중1이 되면서 무서웠는데 이제 좀 안심이 된다’와 같은 내용의 댓글이 100개 이상 달린다.
개학을 앞두고 외모에 부쩍 신경을 쓰는 건 성적 상위권 학생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대입 수시모집이 확대되며 비교과활동 경력이 중요해지자 새 학기 학급임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것.
서울의 예비 고2 최모 양은 “세뱃돈을 모아 요즘 여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아베○○○ 니트를 교복에 받쳐 입는 용도로 샀다”면서 “헤어스타일은 단정하면서도 호감을 줄 수 있도록 스트레이트 펌을 했다”고 말했다.
새 학기 첫인상… “교복스타일에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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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지역에 사는 예비 중1 노모 군은 “새 학기에는 튀는 행동은 안하고 눈치를 보면서 서로 어떤 아이인가를 지켜본다”면서 “남학생들은 유명 브랜드 점퍼를 입고 무뚝뚝하게 자리에 앉아있는 것도 ‘나 세다’는 걸 어필하는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교복을 줄여 입고, 고가의 유명 브랜드 제품을 구입하려는 자녀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학생들은 ‘생존의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학부모들은 “1년만 지나면 키가 훌쩍 크면서 교복이 작아진다”며 1년 뒤를 내다보지만 학생들은 개학한 뒤 2∼3주 안에 이미지가 사실상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에 교복을 줄여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 학생들은 무릎 아래까지 치렁치렁 늘어지는 치마와 통바지 교복을 입는 순간 친구들이 잘 다가오지 않거나 친구들에게 얕보일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서울 중랑구의 한 남고에 다니는 예비 고2 김모 군은 “학교에서도 단속을 하다보니 대부분 교복바지를 한 벌 더 구해서 줄인 뒤에 가방이나 사물함 등에 넣어놓고 아침조회시간이 끝나면 갈아입는다”고 말했다.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