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기자 5명이 먹어봤다
프라이드와 양념으로 양분되던 치킨 시장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저마다의 특색을 살려 독특한 치킨 메뉴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어떤 치킨을 먹을지를 놓고 소비자들의 ‘행복한 고민’도 커지고 있다. 세상 모든 간식 중 하나만 남기라면 단연 치킨을 선택할 당신…. 어떤 치킨에 손이 가시나요? 양회성기자 yohan@donga.com
엄격한 서열구도가 유지되던 치킨 강산에 균열의 조짐이 인 것은 불과 몇 년 전. ‘참살이(웰빙)’를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불러온 변화였다. 프라이드파와 양념파의 위세에 눌려 있던 강호의 고수들이 저마다 치킨 조리 신공을 주창하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기름기를 줄인 바비큐 치킨이 인기를 탔고, 기름에 튀기는 대신 오븐에 굽는 조리 방식도 등장했다. 첨가하는 재료도 흑임자, 마늘, 파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웰빙을 추구하고 있다. 바야흐로 혼돈이다.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다.
치킨업계 백가쟁명의 시대를 맞아 치킨에 대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동아일보 산업부 유통&트렌드팀 기자 5명이 국내 주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4곳의 신제품과 주력 제품을 시식하는 ‘핫 테이스트(Hot Taste)’를 진행하고 치킨의 맛에 깊이 빠져봤다. 》
○ ‘반반 정신’에 반기를 든 메뉴들
네네치킨 ‘흑임자 치킨’=치킨업계 최초로 선보이는 ‘블랙 푸드’다. 레몬소스가 가미된 흑임자소스 덕분에 새콤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진하다. 프라이드와 양념이라는 기존 치킨 초식을 탈피해 완전히 새로운 맛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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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촌치킨 ‘레드 콤보’=국내산 청양 홍고추를 농축해 만든 소스로 매운맛을 내는 교촌의 레드 시리즈. 매운맛을 내기 위해 인공 캡사이신을 쓰지 않고 천연 홍고추로 자연 그대로의 매운맛을 느낄 수 있다. 양념 치킨의 기본을 유지하면서 홍고추로 변형 초식을 더했다.
굽네치킨 ‘쌀강정’=쌀 크런치와 현미를 이용해 고소하고 바삭한 닭강정을 만들었다. 한국인이 선호하는 감칠맛을 끌어낸 매콤달콤 소스가 가미됐다. 온건한 변화를 추구했다.
○ 고유의 맛과 매력으로 ‘강한 존재감’ 드러내
본격적으로 시식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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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네치킨 흑임자 치킨은 시식을 거듭할수록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염희진(여)=깨떡이나 흑임자 떡이 생각난다. 먹을수록 ‘이거 맛있는데?’라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뼈가 없는 것도 좋다.
김현진(여)=튀김옷도 가장 얇고 건강한 맛을 주려 노력했다. 외모는 호감형은 아닌데 치킨을 먹으면서 건강을 챙길 수 있을 것 같다. 고소한 맛이 나는 건 플러스다.
김범석(남)=반전의 매력이다. 기대 없이 나간 소개팅에서 절세미녀를 만난 기분이다. 연애가 어려운데 오래 사귀게 될 것 같은 맛이다.
장관석(남)=함께 치킨을 먹을 때 이 치킨을 주문한다면 누군가를 상당히 배려하는 기분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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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Q 훈제스모크는 건강한 한 끼 식사를 연상케 했다.
권=비린내가 나지 않고 고소하다. 언제까지 먹어야 비린내가 날까 싶어서 계속 먹어봤지만 닭 깊숙한 부분까지 골고루 잘 구워졌다.
김현진=기름기가 가장 덜해 보이며 소금의 짠 맛도 가장 덜하다. 소스가 없으면 다소 심심해 보일 수도 있을 정도로 건강미가 있다.
장=고소한 오리고기를 먹는 느낌이 들 정도다. 건강을 추구한 치킨이지만 소주와 맥주를 곁들이면 훌륭한 안줏거리로 손색이 없다. 출시 이후 롱런해 온 이유가 느껴진다.
염=크기가 아쉽다. 조각을 조금만 더 잘게 나눴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범석=기존 프라이드나 양념은 튀김옷이 있어 기름진 데 비해 이 제품은 그런 단점을 없앴다. 일반적인 치킨의 맛에서 좀 비켜나 있다.
교촌치킨 레드 콤보는 매운맛으로 강력한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염=바삭하고 짭조름한 교촌치킨의 작법에 충실했다. 교촌 고유의 맛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맛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살점이 풍족하게 씹히는 맛은 없다. 교촌의 매운맛이 그대로 전해지면서 손이 계속 간다.
김범석=편한 사람들과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강한 매운맛에 한껏 취하고 싶을 때 먹고 싶다.
김현진=조각이 한입에 먹기 좋게 균일한 크기로 만들어져 외부에서 시켜먹기 좋을 것 같다.
권=매운맛으로 인해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굽네치킨 쌀강정은 두루 괜찮은 ‘스펙’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권=완전히 맵지도 않고, 완전히 달지도 않다. 매운 걸 못 먹는 아이들과 함께 있거나 가족들과 먹을 때 시키면 좋아 보인다.
장=굽네치킨은 계속해서 바삭바삭한 식감을 강조하고 있다. 쌀크런치의 씹는 맛이 돋보인다. 다소 밋밋해 약간만 더 매콤하면 좋겠다.
김범석=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은 없었다.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김현진=치킨의 통상적인 맛에서 약간의 변화를 추구해 대중에 어필하고 있다. 시각적으로는 모범생이 무스를 살짝 발라 멋을 낸 듯하다.
정리=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