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의 ‘아찔 체험기’
지난해 12월 오후 10시. 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56)은 30년 무사고 운전 경력에서 가장 아찔했던 순간을 맞았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를 달리던 중 도로 위에 놓인 하얀 물체가 눈에 띄었다. 차선을 바꾸려고 황급히 옆을 살폈다. 하지만 옆 차선은 이미 버스와 트럭이 쌩쌩 달리는 상황. 급제동했다간 뒤따르는 차와 사고가 날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물체를 밟아버렸다.
정일영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교통사고가 나면 가해자와 피해자 가정 모두의 행복이 깨진다”면서 “운전 중 기본적인 에티켓만 지켜도 큰 사고는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통안전공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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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안전공단은 올 3월부터는 화물연합회와 손잡고 화물차에 싣는 짐을 단단히 고정시키자는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짐을 단단히 동여매지 않아 도로에 떨어진 낙하물을 수거한 건수가 매년 30만 건에 이르고, 이 때문에 발생하는 교통사고 건수도 공식 집계된 것만 연평균 50여 건에 이른다.
옛 교통부 사무관 시절부터 교통 문제를 다뤄온 정통 관료 출신인 정 이사장은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으로서 겪는 독특한 ‘직업병’도 털어놨다. 2011년 이사장직을 맡은 이후로 도로를 다닐 때마다 사람들의 위험한 행동들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는 것. 정 이사장은 “차가 오가는 골목길에서 이어폰을 끼고 무심히 걸어가는 학생들, 고속도로를 달리는 광역버스에서 안전띠를 매지 않은 승객들을 볼 때마다 뒤따라가 이야기해 주고 싶은 충동이 든다”고 말했다.
이미 집에서는 ‘잔소리 아빠’가 됐다. 25세인 직장인 딸에게 서울 광화문에서 경기 성남시 분당 집까지 출퇴근하는 버스에서 안전띠를 맸는지 수시로 확인한다. 그는 “처음에는 ‘버스에서 혼자만 안전띠 매기 창피하다’며 불평하던 딸도 요즘은 습관이 돼 꼭 매고 다닌다”고 설명했다. 그는 “버스 운전사 역시 승객들이 안전띠를 맸는지 안 맸는지 안내방송을 하고 점검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직 버스에서 안전띠를 매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만큼 운전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정 이사장은 “많은 사람이 교통사고를 그저 ‘운이 나빠서’ 당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에 의한 사고가 90% 이상”이라며 “말 그대로 반칙운전은 시동을 꺼버리고, 착한 운전을 정착시키면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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