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해전’ 제작비 후원… 1차 목표금액 1억원 돌파5·18민주화운동 소재 ‘26년’… 1만5000명이 7억원 투자전문가들 “세련된 문화운동”
영화 ‘N.L.L-연평해전’ 제작진이 지난달 10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상점에서 촬영을 시작하고 있다. 이 영화는 제2연평해전을 3차원(3D)으로 생생히 그려낼 예정이다. 로제타시네마 제공
보수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의 회원 ‘일*****’는 최근 영화 ‘N.L.L-연평해전’ 제작비 국민모금에 5만 원을 냈다며 이런 글을 올렸다. 후원명세 ‘인증샷’도 잊지 않았다. 이 커뮤니티에는 이런 후원 인증 글이 200개가 넘게 올라와 있다. 이들은 “안보의식을 고취하는 영화는 꼭 만들어져야 한다”며 후원을 독려했다. ‘N.L.L-연평해전’은 2002년 6월 29일 서해상에서 벌어진 제2연평해전을 다룬 영화다. 당시 북한군은 우리 해군의 고속정 참수리 357호에 기습 포격을 퍼부었다. 우리 장병 6명이 순직하고 18명이 다쳤다.
이 영화는 8월 개봉 예정이지만 제작비가 부족했다. 김학순 감독(서강대 영상대학원장)은 촬영을 시작한 다음 날인 지난달 11일부터 웹사이트 ‘굿펀딩’을 통해 1억 원을 목표로 한 달 동안 제작비를 모금했다. 후원금은 5000원부터. 이틀 만에 2000여만 원이 모였다. 마감을 일주일 앞두고 모금이 잠시 주춤하자 익명의 독지가가 950만 원을 쾌척해 불씨를 지폈다. 결국 10일 마감한 1차 후원엔 1496명이 1억1074만 원을 보태 목표액을 돌파했다. 고 박동혁 병장의 어머니로 출연하는 중견배우 양미경 씨는 출연료 없이 출연하기로 해 화제를 모았다. 13일부터는 2차 후원을 시작한다.
전문가들은 보수와 진보가 서로 자신의 가치를 대변하는 영화를 후원하면서 이념 경쟁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후원금을 돌려받는 형식이 아닌데도 영화 제작에 돈을 내는 점으로 미뤄 정당에 후원금을 내는 것처럼 자신이 믿는 신념과 가치에 따라 행동한다고 본 것.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들은 이념적 성향이 분명한 영화를 후원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이는 이전의 정치문화엔 없던 새로운 트렌드”라고 말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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