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한채가 ‘작은 발전소’… 김균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의 용인주택
김균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경기 용인시 처인구 집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지붕에 태양광전지 패널과 태양열온수기를 설치한 이 집은 발전량이 전기 사용량보다 많다. 용인=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균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63)이 집 정문 왼편에 달린 회색 패널의 숫자판 두 개를 가리키며 말했다. 왼쪽 전력량계에는 누적 사용전력이 3755.7kWh, 오른쪽에는 발전량이 4696.4kWh라고 표시돼 있었다.
○ 전기요금 안 내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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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kW 용량 태양광전지예요. 하루 평균 3시간 반 정도, 비 오는 날 빼고 한 달에 25일쯤 가동하죠. 월 400kWh의 전력이 나온다는 건데 한 가정이 쓰기에 충분합니다.”
김 사장은 “직접 써보고 지인들에게도 권했는데 다들 만족스러워한다”고 말했다. 맑은 날이 많은 겨울에는 발전이 오히려 더 잘된다. 기온보다는 날이 흐린지, 맑은지가 더 중요하다. 태양광을 최대한 받기 위해 지붕 경사각은 32도에 맞췄다. 집은 정남향이다.
이 집의 한 달 평균 전력사용량은 아파트 한 채 수준인 300kWh이다. 김 사장과 부인 김종민 씨(60) 둘만 산다는 걸 감안해도 많지 않은 편이다. 냉난방을 태양열과 지열(地熱)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태양열온수기가 뜨거운 물 200L를 항상 저장해 놓는다. 전기온수기는 장마가 3일 이상 계속된다든가 자녀들이 와 머물 때 쓴다고 했다.
○ 지상-지하 온도 차로 냉난방
집 뒤편 기계실 아래로는 지하 150m 깊이까지 파이프가 두 개 뚫려 있다. 이 파이프는 항상 17도 정도로 일정한 지하의 온도를 이용해 냉난방을 한다. 지상과 지하의 온도 차만 이용할 뿐 땅 밑 공기가 올라오는 건 아니다. 그러니 에어컨은 필요 없고, 아주 추울 때 가끔 벽난로만 가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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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은 지난해 이 집을 지었다. 2004년부터 7년 동안 건축박람회와 전시회를 찾아다니며 연구한 ‘꿈의 집’이었다. 아파트를 벗어나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싶었고, 25년은 머물 생각으로 에너지요금을 절약할 방법을 궁리했다고 한다. 올봄부터는 텃밭에서 농사도 지을 계획이다. 김 씨는 “이웃들이 재배한 채소를 먹으라고 가끔 집 담벼락에 상추며 깻잎을 올려놓기도 한다”고 거들었다.
○ “원자력과 신재생은 보완관계”
이 집의 ‘투자수익률(ROI)’은 어떨까 궁금했다. 김 사장은 쓰고 싶은데 못 쓰는 가전기기는 없다고 했다. 냉장고 3대, TV 한 대, 1·2층을 합한 총면적은 198m² 정도다.
태양광전지의 설치비는 1000만 원, 태양열온수기는 300만 원, 지열 냉난방시스템은 2700만 원 정도였다. 지열시스템 설치에는 정부 보조금 1300만 원을 활용했지만 태양광전지는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까지 지냈는데 받기 미안하다”며 보조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지열 펌프나 태양열온수기, 태양광전지 모두 별다른 유지·보수비용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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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문(愚問)인지 알면서도 ‘원자력발전 책임자가 신재생에너지를 쓰는 것은 모순이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김 사장은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는 서로 보완관계”라고 답했다. 원가가 싼 원자력을 24시간 가동하는 기저(基底)발전으로 쓰면서 태양광과 풍력발전기를 많이 설치해 피크 전력에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용인=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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