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집 잃고 가족들 뿔뿔이… 이웃 도움으로 새 보금자리 마련 다시 한자리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와 후원자 20여 명이 7일 전남 보성군 벌교읍 다문화가정 이모 씨 부부와 자녀 4명의 새 보금자리 완공행사를 하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제공
집이 불타 버려 세 달 넘게 뿔뿔이 흩어져 살던 전남 보성군 이모 씨(52) 가족이 각계의 도움으로 새 보금자리에서 함께 설을 지냈다. 건축가 등 재능기부자 3명은 다문화가정의 새 보금자리를 설 이전에 완공하기 위해 자신의 명절 준비는 뒷전으로 미루고 19일 동안 밤낮없이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해 10월 30일 보성군 벌교읍 이 씨의 집에 불이 났다. 이 씨는 집 근처 하우스 2개 동(1322m²·약 400평)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일본 출신 부인(46)은 자립지원센터에서 부정기적으로 일본어를 강의하고 있다. 이렇게 둘이 벌어도 수입이 적어 기초수급가정으로 지정됐다. 덕분에 매달 100만 원을 지원받고 있지만 초중학생 자녀 4명을 키우기에는 여전히 부족했다.
이 씨 가정의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새 보금자리 조성을 위한 성금 모금에 나섰다. 어린이재단 전남후원회, 커피전문점 베니샤프, 전남소방본부, 보성아산병원, 이랜드 복지재단 등에서 후원금을 지원했다.
이 씨의 자녀 3명이 다니는 벌교중앙초등학교 학생들도 성금을 모았다.
각계에서 모은 4500만 원(재능기부 포함)으로 지난달 19일 이 씨의 새 보금자리 공사가 시작됐다. 60m²(약 20평) 크기의 2층 다락방이 있는 새 보금자리를 완공하는 데는 두 달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어린이재단 전남지역본부 등은 설 이전에 새 보금자리를 지어 가족이 함께 행복한 명절을 맞게 해주고 싶었다. 건축설계사무소인 제이와이 아키텍츠 원유민 소장(33)을 비롯해 재능기부자 3명은 19일 동안 밤낮 없이 건축 작업에 매달렸다. 이들은 완공 직전 3일간은 아예 밤을 새우며 작업했다.
이 씨의 가족은 화마로 삶의 공간을 잃은 지 100일 만에 새 보금자리에서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이 씨는 11일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함께 모여 즐거운 설 명절을 보낼 수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