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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플러스/칼럼]‘톰포드의 뮤즈’ 줄리안 무어, 나이를 초월한 美

입력 | 2013-02-06 14:34:21

배우이자 패션 뮤즈 줄리안 무어. 사진ㅣ불가리 화보 



그런 배우가 있다. 다작해왔지만 딱히 이거다 꼬집어 말할 만한 영화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 배우, 혹은 유명한 작품에 언제나 얼굴을 내비치지만 결국 상이나 스포트라이트는 다른 배우의 몫으로 넘기게 되고 마는 배우, 그도 아니면 영화의 본거지인 할리우드에서는 배우로서는 물론, 스타로서도 영향력이 상당한데 비해 유독 한국에서는 그리 큰 반향을 일으키는 배우로 취급받지 못하는 배우…. 그런 배우들이 있다.

어쩌면 배우 줄리안 무어도 한국에서는 위에 열거한 그런 배우 중의 한 명으로 분류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만약 그러하다면 그것은 아마 우리가 줄리안 무어라는 배우의 숨은 진가를 잘 파악하지 못해서 일 것이다.

줄리안 무어는 데뷔 이래 매년 평균 한 작품 이상은 꾸준히 출연해 왔고, 작년 개봉작과 올해 개봉 예정작을 합치면 10편에 달하는 다작하는 할리우드의 배우이지만, 아직 한국에서는 그를 스타는 차치하고라도 그저 연기를 잘하는 할리우드 배우 중 한 명쯤으로 기억하는 이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 때가 있다.

과연 정말 열혈 영화팬이 아니고서 배우 줄리안 무어의 대표작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선뜻 제목을 댈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역작이라 칭해진 작품부터 블록버스터 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섭렵한 그이지만, 아직 줄리안 무어의 이름 앞에 흥행 보증 수표라는 별칭이 붙지도 않았고,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적도 없어서 그런지 그에게 최고의 연기자라는 호칭도 낯선게 사실이다.

하지만 줄리안 무어는 할리우드 역사상 손에 꼽히는 블록버스터에도 출연한 적이 있고, 수상에 인연이 없었을 뿐 다양한 영화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쳤으며, 그 결과 다수의 영화제에서 후보자로 거론 되기도 했다. 또한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는 패션 뮤즈이며, 레드카펫 위의 패셔니스타로 추앙받고 있는 존재감이 큰 여배우다.

수상에 인연이 없어만 보이던 줄리안 무어에게도 올해 기쁜 소식이 하나 있었다. 바로 미국의 유명 유료채널인 HBO에서 제작한 TV영화인 ‘게임 체인지(Game Change)’에서 지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의 후보 ‘존 맥케인’의 러닝메이트였던 ‘사라 페일린’의 역할을 본인이라고 여겨질 만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큰 찬사를 받은 결과, 2011년 9월에 열린 TV의 아카데미 시상식이라 불리는 에미상(Emmy Awards)에서 당당히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줄리안 무어는 2011년 9월 에미상(Emmy Awards)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사진ㅣTabots 화보


물론 패셔니스타로 명성이 자자한 줄리안 무어가 에미상의 레드카펫을 그저 평범하게 지나쳤을 리가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 50세를 훌쩍 넘긴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화사하면서도 동시에 품격이 넘치는 노란색의 디올 드레스를 입고 지미 추의 힐을 신은 그녀의 모습은 그날 레드카펫과 수상연단 위에서 가장 돋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특히 그하면 떠오르는 긴 빨강머리는 샛노란 디올 드레스와 대비되면서 가히 최고의 콤비네이션을 이루었다고 각종 미디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사실 줄리안 무어는 연기자 매니지먼트 회사뿐만이 아니라 패션 모델 에이전시에도 소속이 되어 있을 만큼 패션계에서는 유명인사이다. 이탈리아의 유명 주얼리 브랜드인 불가리를 비롯해 앤 클라인, 탈보트, 키엘 등의 광고에서 그만의 우아함을 보여주었고, 또한 보그는 물론 각종 패션지의 커버모델로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광고주나 패션지들이 그를 이렇게도 선호하는 이유는 특출난 미모나 몸매라기 보다는 나이에 걸맞은 최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줄 아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나이가 있지만 그 나이에서만 보여 줄 수 있는 본질적인 아름다움과 격조 높은 분위기를 내는 데 있어서 줄리안 무어야 말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존재라는 평이다.

“사람들은 저를 보고 나이를 초월한 미(美) 를 표현할 줄 안다고 하는데, 가끔 내가 정말 그런가 하고 의문이 들 때가 많아요. 그저 나이 같은 것과 상관없이 제 자신에 충실하며 살아갈 뿐인데…”라며 그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덤덤하게 말한다.

그런 그이기에 어쩌면 줄리안 무어가 자신의 진정한 뮤즈이라고 말하는 디자이너나 아티스트들이 존재하는 지도 모른다. 음악이나 미술 혹은 문학을 비롯한 모든 예술분야에서 어느 개인에게 특별한 영감이나 지대한 영향을 미쳐 예술적으로 동경하고 흠모하는 대상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는 뮤즈라는 콘셉트. 그 중 근래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패션이라는 분야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들에게 그는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몇 시즌 전부터 다시 여성복 컬렉션을 시작한 디자이너 ‘톰 포드’에게 줄리안 무어의 존재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남다르다. 어떤 이는 줄리안 무어가 스타 디자이너인 톰 포드를 추종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톰 포드는 공공연하게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완전체(Perfect Being)는 줄리안 무어라고 이야기 할 정도로 그에게 절대적인 신뢰를 표현하고 있다.

 

디자이너 톰 포드의 뮤즈 줄리안 무어. 사진ㅣTabots 화보


디자이너 톰 포드가 구찌와 입생로랑의 디자이너를 그만 두고, 2010년, 많은 이들이 학수고대하던 자신의 이름은 건 여성복 라인을 런칭하게 되었을 때도, 그는 주저없이 줄리안 무어를 패션쇼의 모델로 등장시켰을 정도로 그에게 있어 그녀는 뮤즈 그 자체였다.

또한 그가 처음 감독을 역임한 영화 ‘싱글맨’에서도 여주인공 찰리 역할로 두 번 고민하지 않고 줄리안 무어를 낙점했다는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톰 포드가 구찌 시절부터 사적인 자리는 물론 공식석상에는 꼭 그가 디자인한 의상을 피로해왔던 줄리안 무어이기에 그에게 있어서 어쩌면 그녀는 뮤즈 이상의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특히 영화 ‘싱글맨’의 월드 프리미어가 이루어진 2009년의 베니스 영화제에서 줄리안 무어는 디자이너 톰 포드의 형용할 수 없는 오묘한 그린 컬러의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았는데, 당시는 디자이너 톰 포드의 여성복 라인이 런칭되기 전이었기에 그는 줄리안 무어 단 한 사람을 위해 한동안 디자인을 멈췄던 여성복을 디자인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드레스는 ‘인스타일’ 매거진이 역사에 남는 100개의 드레스 중 하나로 꼽았을 정도로 아직도 많은 패션피플들의 뇌리에 강렬히 남아있다.

앞서 언급했던, 줄리안 무어에게 에미상 트로피를 안겼던 영화 ‘게임 체인지’에서도 공화당 부통령 후보 사라 페일린 역할을 완벽하게 위해 그녀는 제일 먼저 톰 포드에게 콘셉트를 의논했고, 그 결과 사라 페일린이라는 역할을 위한 톰 포드의 여성복 컬렉션이 재창조 되었을 정도로 그들의 관계는 단순한 디자이너와 여배우의 관계를 넘어선,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받는 궁극의 조력자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저는 패션은 우선 편안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치 몸에 붙어있는 것처럼 말이죠. 사실 저는 평소에는 요가복에 중독 되었다고 할 정도로 즐기는 편이에요. 평상시에는 그 의상이 편하니까요. 하지만 또 영화 속에서나, 공식석상에 설 때면, 또 그때 가장 편안한 스타일을 찾게 되죠. 만약 아름답지만 불편하다면 그것은 온전히 내 스타일이 아닐 테니까요” 라며 자신의 스타일에 대한 신념을 말했던 줄리안 무어. 그의 말대로 어쩌면 패션은 자기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 때 가장 빛이 나지 않는 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자신의 연기는 물론 패션 스타일에 대해서도 확고한 신념이 있는 배우 줄리안 무어야 말로 시대가 원하는 패션 아이콘이자 동시에 많은 패션 크리에이터들에게 지대한 영감을 주는 진정한 의미의 패션 뮤즈가 아닐까.    

조엘 킴벡 패션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재미 칼럼니스트 joelkimbec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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