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는 어제 제과업 외식업 등 서비스업 14개 업종과 플라스틱 봉투 등 제조업 2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했다. 매출 200억 원 이상, 종사자 200인 이상의 대기업은 앞으로 3년 동안 골목 상권에서 빵집이나 음식점을 확장하지 못하도록 위치와 점포 수에 제한을 가하는 조치다. 영세 자영업자를 위해 대기업의 진입을 막는 울타리를 높이 쳐준 셈이다. 하지만 경쟁의 고통을 잠시 잊게 하는 진통제일 뿐이지, 골목 상권을 근본적으로 살리는 치료약과는 거리가 멀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을 무분별하게 늘려 전체 점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소속 점포 사이에 거리 제한을 둘 필요는 있다. 그러나 대기업은 골목 상권에 얼씬도 하지 말라고 진입 장벽을 둘러치는 것은 지나친 규제다. 시장 경쟁을 차단해 중간에서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 같은 자영업자인 프랜차이즈 빵집 사장과 독립적인 동네 빵집 사장, 기존 점포와 신규 점포 사이의 차별도 논란거리다. 이번 조치로 보호막 안에 자리 잡게 된 기존 점포는 권리금이 높아지는 등 이득을 얻지만 새로 창업에 나서는 점주가 들어갈 틈은 더욱 좁아진다. 역차별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보완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골목 상권이 살아나려면 동네 빵집이나 음식점들이 서로 힘을 합쳐 체계적인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개척해야 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에 전혀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지닌 대전의 성심당이나 서울의 김영모과자점 같은 성공 사례를 많이 만들어 내야 한다. 대기업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관련 노하우를 제공해 상생의 모범을 보이는 일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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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치는 중견 서비스업으로 커나가려는 사업 의지를 꺾는다는 점에서 서비스업 선진화에 역행할 소지가 있다. 작은 빵집에서 시작한 자영업자가 성장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길을 터주고, 대기업은 내수를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해야만 같은 논란이 되풀이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