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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핫 이슈]“내 재산, 까먹지 말고 현상유지라도…”

입력 | 2013-02-05 03:00:00

저성장-저금리-저수익 ‘3低시대’… 큰손들 달라진 해외투자 눈높이




“수익률이 20%는 넘어야 투자할 맛이 나지.”

금융자산 50억 원대의 사업가 김일영(가명·64) 씨는 5년 전만 해도 이런 말을 달고 살았다. 그러던 김 씨가 최근 신한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로부터 브라질 국채 기대수익률이 연 7∼8%라는 말을 듣고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많이 줘요?”라며 탄성을 질렀다.

최문희(가명·48) 씨는 한국투자증권 PB센터를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디에이고의 5억, 6억 원대 빌라를 알아보고 있다. 유학 간 자녀가 집을 임차해 쓰고 있는데, 미국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고 있다는 이야기에 아예 한 채 사서 살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큰손’들의 해외 투자 행태가 달라지고 있다. 기대수익률을 확 낮추고 동남아나 중국이 아닌 미국 부동산 시장을, 실수요 위주로 들여다보고 있다.

○ 같은 듯 다른 해외 투자

저성장, 저금리, 저수익이라는 ‘3저(低) 시대’가 도래하면서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자산가들이 부쩍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해외 증권 투자를 위해 한국을 빠져나가는 돈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7∼9월) 기준 해외 증권 투자액은 1232억 달러로, 2008년 2분기 1386억 달러 이후 최고치다.

자금 규모는 불어났지만 투자자들의 자세는 사뭇 다르다. 금융위기 전에는 ‘공격적인 고수익 확보’가 투자의 목적이었던 데 비해 지금은 ‘자산가치 현행 유지’를 내세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정재훈 동양증권 W프레스티지 강북센터 PB는 “대개 안정적 수익을 보장해주고 정해진 날짜에 꼬박꼬박 돈이 나오는 상품을 선호한다”며 “2007년 해외 주식형펀드에 ‘묻지 마 투자’ 식으로 목돈을 묻어두었던 흐름과는 아주 다르다”라고 말했다.

기대수익률도 ‘브릭스 펀드’ ‘친디아 펀드’가 인기였던 시절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정 PB는 “당시 해외 펀드 수익률 기대치가 20∼30%를 넘어섰는데 지금은 7∼8% 수준에서 만족한다”고 전했다.

인기 있는 해외 자산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채권이다. 국내 1년짜리 정기예금을 들어봐야 금리가 3%에 불과하지만 브라질 국채 등 신흥국 채권이나 미국 고위험 고수익(하이일드) 채권의 수익률은 연간 7%를 웃돈다.

부동산 투자도 실속형, 실수요형으로 바뀌었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컨설팅부 연구위원은 “예전엔 북미의 100만 달러 이상 고가 주택, 동남아 임대목적형 수익부동산 투자 문의가 많았는데 요새는 북미의 50만 달러 안팎 소형 주택이나 동남아에서 가격이 많이 떨어진 수익형 부동산 문의가 들어온다”고 전했다.

○ 제대로 된 해외 투자 필요

금융투자업계는 한국이 본격적으로 저금리시대에 접어들면서 일본에서 20년 전, 홍콩에서 5, 6년 전 나타난 투자 자금 탈출 현상이 시작됐다고 평가한다.

전문가들은 해외 투자를 하려면 해외 자산시장에 대한 정밀한 정보 수집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해외 자산에 대한 수요는 폭발하는데 제대로 투자 조언을 해줄 전문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외환 리스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현수 대신증권 도쿄사무소장은 “금리가 괜찮은 채권이라도 환율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들쭉날쭉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해외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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