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홍 주함부르크 총영사
독일은 미국, 중국에 비해 대기업 수가 현저히 적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2011년 매출기준 글로벌 500대 기업 중 독일 기업은 32개뿐이다. 이는 미국(132개)의 4분의 1 수준이고, 중국(73개)이나 일본(68개)의 절반도 안된다. 인구도 8200만 명에 불과하다. 이런 독일이 수출 강국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제품 품질이 우수하다. ‘Made in Germany’는 오늘날 최고 품질의 대명사로 통한다. 원래 이는 1887년 영국인들의 요구로 독일에서 온 값싼 제품임을 표시하기 위해 도입되었는데 지금은 최고 품질의 대명사가 되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독일은 기계류, 자동차 및 화학제품이 강하다. 제품의 우수성은 특허건수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2011년 유럽 특허청이 허가한 6만2112건의 특허 중 독일의 비중은 21.9%(1만3583건)로 미국 21.5%(1만3382건)나 일본 18.8%(1만1649건)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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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제조업이 강하다. 독일의 수출은 국제금융위기나 유로존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지난 3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이유는 제조업이 다른 선진국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제조업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26%로 미국이나 일본보다 높다.
넷째, 근로자의 질이 높다. 독일은 직업교육이 잘 발달되어 있어 근로자의 질이 높고 우수한 근로자로 인해 제품 품질이 우수하고 생산성도 높다.
우리나라도 수출 강국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사상 최초로 무역액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9위의 무역국이 되었으며, 지난해에는 8위로 상승했다. 독일 유력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은 지난해 11월 사설에서 한국이 50여 년 전 가난한 농업국에서 세계 9위의 무역국으로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이 신문은 한국의 경제성장의 주요 원인으로 ‘기술혁신’과 ‘숙련된 근로자’ 보유를 꼽았다. 2011년 한국이 유럽특허청에 신청한 특허 건수는 약 5000건으로 독일, 미국과 일본 등 세 나라만이 한국보다 많았다고 했다. 또한 한국 근로자들은 일본 근로자와 달리 영어 또는 다른 외국어를 잘 구사한다는 점도 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제 여건은 여러 면에서 독일과 다르지만, 끊임없는 기술혁신과 숙련된 근로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유사점이 있다. 포천 선정 500대 기업에 드는 우리나라 기업은 13개사, ‘히든 챔피언’ 기업은 23개사다. 장기적으로 국제 경쟁력이 강한 ‘히든 챔피언’ 기업이 점차 늘어난다면 고용 확대와 수출 증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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