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순 고정된 선수는 누구기아 이용규-김선빈… 넥센 이택근-박병호… 삼성 조동찬-김상수
그러나 문자 뜻 그대로 부동(不動)에 어울리는 4번 타자는 사실 박병호(넥센)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기록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박병호는 지난해 560타석 모두 4번 타자로 경기에 나섰다. 이런 식으로 자기 타순을 잘 바꾸지 않은 타자는 또 누가 있을까.
1번은 KIA 이용규, 2번은 같은 팀 김선빈 차지다. 테이블세터(1, 2번 타자를 합쳐 부르는 말)의 가장 큰 목적은 출루. 두 선수가 각각 1, 2번으로 출전했을 때 KIA 테이블 세터진은 출루율 0.373으로 리그 최고였다. 올 시즌 KIA 2번은 롯데에서 옮긴 김주찬이 맡을 확률이 높다. 김주찬은 통산 출루율이 0.330에 그치는 ‘배드볼 히터’ 타입. 그러나 이용규-김주찬으로 테이블세터를 꾸리면 스피드는 더욱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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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타석 비율이 가장 높은 타자는 SK 김강민. 7번은 롯데 황재균이었다. 김시진 감독은 올 시즌 황재균을 5번에 기용하겠다고 밝힌 상황. 황재균은 지난해 5번 타자로 타율 0.400(20타수 8안타)을 기록했다.
8번은 조동찬, 9번은 김상수로 하위 타순은 삼성 타자들 몫이었다. 각 팀 8, 9번 타자 기록 합계에선 출루율(0.342)과 장타율(0.362)에서 삼성이 모두 1위다. 삼성은 이들이 찬스를 상위 타선으로 연결하면서 지난 시즌 팀 득점(628점) 600점을 넘겼다.
경영과학 기법을 통해 최적 타순을 연구해 온 장영재 KAIST 교수(산업및시스템공학)는 “야구는 이미 학문적으로 확률 모델로 설명할 수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단순히 전형적인 몇 번 타자라는 이미지보다 실제 성적을 기초로 득점 확률을 높이는 접근법으로 타순을 짤 때 득점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