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불산이 누출돼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했다.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의 사고 경위와 대응 과정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생산라인에서 불산 누출 경보기가 울린 것은 27일 오후 1시 22분. 비닐로 유출 부위를 막아놓았다가 10시간이 지난 오후 11시 38분에 누출지점 밸브 교체에 들어갔다. 작업자들도 수리 도중에야 방제복을 갖춰 입었다. 그중 한 명이 작업 후 목과 가슴 통증을 호소하다 28일 오후 1시 55분 숨지고 말았다. 삼성은 그 사이 직원들에게 대피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삼성의 늑장 신고도 용납하기 힘들다. 삼성이 관할인 경기도에 사고를 신고한 건 이날 오후 2시 40분이었다. 누출 사고가 발생한 지 무려 25시간 후다. 사람이 죽고 병원으로부터 변사자 발생 신고를 받은 경찰이 경위 파악에 나서자 어쩔 수 없이 ‘누출’을 신고한 것이다. 소방서 환경부 한강환경청의 제독(除毒) 작업도 그만큼 늦어졌다.
유리나 돌을 녹이는 데 쓰는 불산은 피부에 닿으면 중화상을 입고 들이마시면 호흡이 멈추는 맹독성 물질이다. 작년 9월 경북 구미에서는 8t의 불산이 누출돼 5명이 사망하고 농작물 축산 산림에 큰 피해를 입혀 정부가 특별재난지역 선포까지 했다. 반면 금년 1월 충북 청주산업단지에서는 불산 2500L가 누출됐지만 안전처리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관계자들도 매뉴얼대로 대응했다. 관련 기관도 즉시 방제에 나서 피해가 거의 없었다. 삼성전자에서는 2∼3L의 소량이 누출됐으나 잘못된 대응으로 5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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