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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주성하]북한 언제까지 재입북 대우할까

입력 | 2013-01-29 03:00:00


주성하 국제부 기자

일요일에 혼자 몰래 골프 치는 목사에게 하나님이 내린 벌이 홀인원이란 말이 있다. 봐줄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평생의 자랑거리가 평생의 아쉬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 혈연단신 입국한 탈북자들도 봐줄 사람이 없어 불행하다. 일반적 관점에서 볼 때 탈북자들은 취직도 어렵고 사회적 편견과 냉대에 시달리는 집단이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 한번 보자. 입국한 지 몇 년 안 된 탈북자라도 임대아파트 보증금과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돈을 합치면 최소한 수천만 원의 재산은 있다. 이 돈이면 북한에서 평생 먹고살 수 있다. 먹고살기 어려워 북한을 떠났는데 불과 몇 년 만에 북한에선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재산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니 혈육과 떨어져 이 땅에서 빈곤계층으로 살기보단 북한에 돌아가 가족친지들 앞에서 부자로 살고 싶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욕망이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어떤 탈북자는 몇 달 전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서 수백만 원짜리 중고 벤츠를 찜해놓고 꼭 사겠다고 별렀다. 그렇게 낡은 차는 타지 못한다고 설명했는데도 “내일이라도 북한 체제가 무너지면 단 한 번만 타도 좋으니 벤츠 타고 고향에 가고 싶다”고 이유를 댄다. 북한에서 벤츠는 최고위급만 타는 가장 좋은 차로 인식된다.

대다수 탈북자에게 탈북의 가장 큰 동기는 생활고이다. 고향에서 이집 저집 먹을 것을 꾸러 다니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을 과거 정도는 누구나 있다. 이들에겐 고향에 ‘금의환향’해 부자로 대접받는 일은 매우 중요한 삶의 동기이다. 지금은 갈 수 없어 못 갈 뿐이다.

그런데 북한이 최근 다시 돌아온 탈북자는 용서해 준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 선전을 믿고 지난해 6월 박정숙 씨를 시작으로 이달 24일까지 갓난아기 2명을 포함한 8명의 탈북자가 재입북했다. 북으로 돌아가기 전 이들이 돈부터 챙겼을 것은 당연한 일. 미리 북한에 밀반입시켰을 수도 있고 중국에 숨겨두었을 수도 있다.

임대주택 보증금을 포함해 1인당 2000만 원 가까운 정착금을 의무적으로 주었더니 그걸 홀랑 들고 북한으로 넘어간 탈북자가 한국인으로선 큰 배신감이 들 것이다. “다시 돌려줘”라는 말이 나올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돈을 가장 빼앗고 싶은 사람은 누구보다도 김정은일 것이다. 심지어 한국에 다시 고스란히 돌려주고 싶을지도 모른다. 쌀 꾸러 다니던 아무개가 남쪽에서 몇 년 만에 평생 먹고살 돈을 갖고 돌아왔다는 소문만큼 북한 체제를 흔들 수 있는 일이 어디 있을까. 수조 원의 대북 지원도 이런 효과는 못 낸다.

북한은 지금 재입북 탈북자들을 탈북 방지 선전용으로 활용하고 대접도 잘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호의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만약 김정은이 한국의 탈북자들을 정말로 돌아오게 만들고 싶다면 국제사회에 “재입북 탈북자의 신변은 나와 노동당, 공화국의 이름으로 보장한다”는 선언이라도 하면 어떨까. 얼마나 돌아갈진 모르겠지만….

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