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박근혜 정부의 출범으로 부활되거나 신설되는 부처만 생각해 보자. 우선 산업통상부는 1994년 만들어진 조직이다. 이후 1998년 통상 업무를 외교부로 넘기고 산업자원부로 통폐합되었다가 이번에 다시 부활한다. 해양수산부는 김영삼 정부 때 신설됐다가 이명박 정부 때 폐지됐고, 다시 부활한다. 경제부총리제는 1963년 처음 만들어진 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폐지와 부활을 거듭했다가 또다시 부활한다.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많은 사람을 긴장시켰다. 이 부처는 새 정부의 상징과도 같은 부처로, 막강한 힘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래창조 업무가 무엇인지, 그리고 미래창조 기능을 다른 부처는 수행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고, 박근혜 정부를 상징하는 이 조직이 다음 정권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던 ‘녹색’이 벌써 임기가 끝나기도 전에 지워지는 판에 말이다.
정부조직 개편을 새 정권의 국정관리 의지의 표현으로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지금까지는 계속돼 왔다. 그러나 정권마다 신설과 폐지, 그리고 부활을 반복하는 것을 계속 용인하기에는 그 아량의 비용이 너무 크다. 이번만 보더라도, 신설되는 부처의 건물 확보와 통폐합되는 부처의 이사 비용, 새로운 CI 제작, 전산프로그램 교체, 문서와 명패 제작 비용을 합치면 수천억 원이 넘을 것이다. 지방에 신설되는 해양수산부 건물을 신축하기라도 하면 2조 원을 훨씬 넘는다. 대통령 취임식 예산 31억 원 가운데 얼마를 아끼겠다는 의지와 복지예산의 부족을 걱정하는 우려가 무색할 지경이다.
정부조직의 잦은 개편 비용은 업무 처리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인수 기간에는 공무원들의 영역싸움 정도로 나타나지만, 5년 내내 변경된 조직들 사이에 화학적 결합이 일어나지 않는다. 인사에서는 예전 조직 사이에 알력이 지속되고, 업무 협조도 원활하지가 않다. 찾아갈 곳을 정확히 모르는 민원인들의 혼란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은 지난 50년 동안 실질적으로 5개 부처만을 신설했고, 일본은 2001년 성청 개편 이후 13년째 정부조직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도 대부분 정부조직을 우리처럼 자주 바꾸지는 않는다. 유독 한국만이 지구촌 변화의 소용돌이를 겪고 있는 상황도 아닌데 우리는 정부조직의 신설과 폐지, 그리고 부활을 반복하고 있다.
정부조직 하나를 개편함으로써 사회적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면 잦은 개편과 반복도 괜찮다. 이것에 필자는 동의하지 않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잦은 신설과 폐지, 부활의 반복을 정당화하기는 어렵다. 박정희, 전두환 정부 시절 필요하던 경제부총리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노무현 정부에서는 필요 없어졌다가, 이제 다시 필요해진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나라 전체의 차원에서 장기적인 효과와 비용을 성찰하지 않고 정권 차원의 상징적 수사(修辭)를 국민적 착시현상과 결합시키는 무책임과 무지가 낭비를 계속 강요해 온 것인지도 모른다. 오죽하면 로마시대 이래 새로운 집권자는 정부조직 개편을 좋아했다고 하지 않는가. 국민들로 하여금 정부가 일을 하고 있다고 믿게 하는 데, 정부조직 개편을 통해 부처를 없애고 신설하는 것이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