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해양플랜트의 국산 기자재 사용률 고작 20%
○ 해양시장 호황서 소외된 기자재업체
지난해 국내 대형 조선사들은 상선 시장의 불황에도 부가가치가 높은 해양플랜트를 대거 수주하면서 위기를 버텼지만 고사 위기의 중소 조선 기자재업체들의 경영 위기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이 회원사 8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출액이 2011년과 비교해 20.7% 감소했다.
해양플랜트를 발주하는 오일메이저들은 안전을 이유로 어떤 부품을 사용할지 직접 결정해 수주업체들에 알려준다. 망망대해에서 원유를 시추하는 해양플랜트 설비에 부품 하나라도 고장이 나면 멕시코 만 원유 유출사고처럼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상선용 부품의 경우 주로 국내 기자재업체에서 공급받는다. 하지만 해양플랜트는 발주처에 ‘정식 납품업체(벤더)’로 등록된 업체의 부품만 사용한다. 국내 대형 조선사가 수억 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더라도 중소 기자재업체에는 주문이 오지 않는다.
○ “기술 서류 번역이라도 지원해달라” 호소
기자재업체들은 자금 사정이 더욱 어려워져 해양플랜트를 위한 새로운 설비투자나 연구개발(R&D)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시장은 커지고 있지만 부품 개발비용이 많이 들고 개발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납품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해 해양플랜트 시장 호황에 맞춰 지식경제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국산 기자재의 경쟁력을 높이고 엔지니어링 인력을 키우겠다는 내용의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기자재업체들은 “정부의 지원 계획이 장기 R&D에 치우쳐 있어 당장 일감을 따내야 하는 중소기업들은 어려움이 많다”고 주장했다.
중소 기자재업체들은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기술교육 등 현실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국제 선박인증기관인 한국선급이 지난해 부산 경남 일대 기자재업체를 대상으로 해양플랜트 부품 납품을 위해 지원받고 싶은 사항을 조사한 결과 “오일메이저에 납품업체로 등록할 수 있는 기술설명서 번역을 도와 달라”는 요청이 가장 많았다. 기술력은 있어도 납품 절차를 모르거나 영어로 된 서류를 번역할 인력이 없는 영세 사업장이 많기 때문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