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수위-재정부 막바지 조율세출 축소 사실상 힘들어… MB 첫해도 2조5000억 그쳐비과세-감면제 손질하고… 고소득자 공제 축소 검토
기업현장 찾은 인수위원들 박효종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분과 간사(오른쪽에서 세 번째) 등 분과위원들이 현장 방문의 일환으로 25일 광주 북구 대촌동의 ‘글로벌 광통신’을 찾아 다양한 광케이블을 살펴보고 있다. 광주=인수위사진기자단
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예산 씀씀이를 줄이는 세출 구조조정보다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는 세제 정비에 초점을 맞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공약의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에서 돈이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기관이나 사람이 많은데 갑자기 안 주겠다고 하면 가만히 있겠느냐”라며 “수혜 대상자가 정해져 있는 예산을 줄이기보다 차라리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세금을 더 걷는 게 쉽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비과세·감면제도의 손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재정부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세법상 올해 말에 일몰을 맞는 비과세·감면 항목이 약 40개에 이른다. 이 제도들의 올해 감면 규모 전망치는 지난해와 비슷한 1조6000억 원 수준이다.
고소득 근로자·개인사업자의 소득공제 한도를 추가로 줄이거나 세원을 새로 발굴하는 것도 차선책으로 거론된다. 이렇게 해도 공약 이행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증세’안을 포함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과 학계를 중심으로 세율 조정 필요성이 제기된 세금이 우선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학계에서는 세수 증대를 위해 1977년 도입된 이래 10%로 고정돼 있는 부가가치세의 세율을 올리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올해 부가가치세수는 59조 원 정도로 세입 예산의 27% 정도다. 세율을 12%로 2%포인트 올리면 연간 12조 원 정도 세금이 더 걷힌다.
새누리당은 소득세 최고세율(38%)을 적용하는 과표구간을 ‘3억 원 초과’에서 ‘2억 원 초과’로 낮추는 방안을 대선 전에 추진한 바 있다.
재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당선인이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공약을 한 상황에서 증세를 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라면서도 “조세 정책의 기본이 세율인데 세율을 가만 놔두고 세금을 더 걷는 게 한번은 가능할지 몰라도 지속 가능하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세종=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