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장관 지명자 인준 청문회
케리 지명자는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열린 인준 청문회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미국의 외교정책은 기후변화와 같은 이슈에 대한 리더십, 아프리카에서 미주에 이르기까지 자유와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수많은 이들을 위한 투쟁 등으로 정의될 수 있다”며 “북한의 강제수용소(gulags) 수감자들과 수많은 피란민, 추방자, 인신매매 희생자들을 대변하는 것으로도 정의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케리 지명자의 발언은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에도 인권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북한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앞으로 북한에 대한 미국의 ‘인권 외교’가 강화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새 외교안보팀이 풀어야 할 지구촌 문제와 ‘문제 국가’들이 모두 열거된 가운데 북한이 질문을 포함해 고작 세 번 언급된 것은 그만큼 다른 국제 현안에 비해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이 떨어진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더구나 가장 뜨거운 현안인 북한 핵 개발 문제는 질문과 답변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이날 질문과 대답에 ‘문제 국가’들의 이름이 호명된 횟수를 조사한 결과 미군 완전 철군을 눈앞에 둔 아프가니스탄이 45회로 가장 많았고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한 중국이 33회로 뒤를 이었다. 케리 지명자가 핵 개발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한 이란이 30회로 3위에 올랐다. 북한은 인도와 함께 각각 3회로 13위를 차지했다.
이날 청문회는 ‘세계의 외교장관’인 케리 지명자 개인에 대한 검증의 장이었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 2기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둘러싼 지명자와 옛 동료들인 상원 외교위원회 의원들의 수준 높은 ‘국제정치 토론회’라고 할 만했다. 의원들과 케리 지명자는 수준 높은 질의와 답변으로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지성을 과시했다.
케리 지명자는 “외교정책은 경제정책”이라며 경제외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세계는 자원과 시장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며 “당파를 초월해 ‘경제 애국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중국의 팽창에 대한 의원들의 우려에 대해서는 “모든 작용에는 반작용이 있다”며 중국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미 군사력 증강 등 대중국 포위 정책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무난히 인준을 통과해 다음 달 초 취임할 것이라고 미국 언론은 내다봤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