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개관 한달… 관람객 10만 돌파 눈앞
25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시민들이 헌 자동차 부품으로 만든 첫 국산 자동차 ‘시발택시’를 신기한 듯 만져보며 감상하고 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쌀쌀한 날씨에도 박물관 내부는 꽤나 시끌벅적했다. ‘차분한’ 박물관 풍경은 확실히 아니었다. 두셋씩 짝을 이룬 관람객들은 이러쿵저러쿵 수다스러웠다.
연인으로 보이는 20대 남녀는 무장공비 침투 사건을 다룬 전시품 앞에서 한참 실랑이를 벌였다. “빨갱이란 말에 비하의 뜻이 담겼나”를 놓고 싸우다 팔짱마저 풀더니 토라진 여자친구를 달래 금세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영화 ‘고래사냥’ 간판 앞에서 고등학교 때 몰래 봤다며 낄낄거리는 중년 양복쟁이들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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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개관 한 달을 맞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 ‘편향성이 심하다’ ‘번듯한 전시품이 없다’는 전문가 지적이 쏟아졌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시민들의 반응은 뜨겁다. 일일 평균 약 3500명이 다녀가 25일 현재 누적 관람객 수가 9만 명을 훌쩍 넘었다. 이번 주말엔 1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5년 서울 용산으로 이전한 국립중앙박물관(총면적 13만7480m²)의 첫 달 방문객이 67만 명이었던 걸 감안하면 규모가 10분의 1도 안 되는 이 박물관(총면적 1만734m²)의 흥행몰이는 고무적이다.
실제로 22, 23일 두 차례 들러본 박물관의 인기는 상당했다. 학생 단체관람이나 외국인 패키지 여행객은 눈에 띄지도 않았다. ‘어르신들이나 좋아할 곳’이란 예상도 어긋났다. 10, 20대가 적지 않았고 아이와 함께 한 가족단위 시민도 많았다.
딸과 함께 온 40대 여성은 “박물관 유물은 어렵게 느껴질 때가 많은데 여기 있는 것들은 ‘우리의 얘기’라서 할 말이 많아 좋다”고 말했다. 박물관에서 시민들이 반기는 코너는 경제발전이나 산업화 전시가 아니었다. 석유풍로나 극장 간판, 버스를 부여잡고 엉덩이를 내민 채 버티는 입체적인 차장 그림 앞에 사람들이 몰렸다.
캐나다 배낭여행객인 제이미 씨는 “유물만 쭉 이어지는 적막한(desolate) 전시관이 아니라 다이내믹한 스토리가 있다”고 말했다. 김시덕 박물관 전시운영과장도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박물관이 ‘회상의 공간’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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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