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美 영사관 피습’ 청문회… 생중계 5시간반 동안 ‘고별쇼’ 펼쳐
“‘원 우먼 쇼’였다.” “드라마틱했다.”
23일 미국 상원과 하원 외교관계위원회가 각각 주재한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 폭력사태 부실 대응 청문회에 잇따라 출석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때로 책상을 치고, 눈물을 글썽거리다가도 활짝 웃는 등 다양한 감정을 표출했다. 5시간 반에 걸친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2016년 대선 민주당 대통령 후보 1순위이자 외교 수장으로서는 마지막 청문회에 나선 클린턴 장관의 정치적 무게를 반영하듯 CNN, 폭스 등 뉴스 채널은 오전 9시 반∼오후 5시(점심 휴회 2시간 제외) 청문회 전 과정을 생중계했다.
클린턴 장관은 무장 세력의 공격으로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 등 외교관 4명이 숨지는 사태가 벌어질 때까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대해 “내게 책임이 있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러나 공화당이 집중 제기한 사건 은폐 및 축소 의혹에 대해서는 “숨길 것도 없고 숨겨서도 안 된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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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장관은 이번 사태가 반(反)이슬람 동영상 때문에 촉발된 우발적 사건이었다고 주장했다가 정부조사위원회(ARB)가 이슬람 테러세력이 사전 모의한 사건이라는 결론의 보고서를 발표한 뒤 ‘총체적 판단 실패’라는 비난을 받았다.
현장 외교관의 부실 대처 논란에 대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명령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앤드루 공군기지에서 희생자 시신을 인수하는 상황을 설명할 때엔 눈물을 글썽거렸다.
“왜 정부는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느냐”는 공화당 의원들의 공격에 “위급한 상황에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했고 이를 숨김없이 공개했다”고 반박했다. 클린턴 장관은 “벵가지 사태는 진공 상태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라며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이슬람 무장 세력의 급속한 확산을 경고했다.
TV 대담 프로그램에 대신 출연해 우발적인 사건으로 규정했다가 오바마 2기 국무장관 후보에서 낙마한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대사 구하기에도 나섰다. 그는 “라이스 대사는 당시 정보당국이 제공한 최신 자료를 바탕으로 정부 의견을 밝힌 것”이라고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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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청문회에는 다른 증인이 배석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청문회에 나설 예정이었던 클린턴 장관은 뇌진탕 혈전 입원 치료차 출석을 연기했다. 당초 공화당 의원들의 살벌한 공세가 예상됐으나 퇴임을 앞둔 장관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질문 수위가 낮아졌다고 미 언론이 평가했다. 24일에는 후임인 존 케리 국무장관 지명자의 상원 인준 청문회가 열린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