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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강경석]“그들 개인정보가 뭐 대단한 건가요”

입력 | 2013-01-23 03:00:00

탈북자-北가족 목숨과 직결… 공무원들 대수롭지않게 여겨




북한은 체제를 거부한 ‘배신자’를 공공의 적으로 삼고 있다.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공화국을 배신한 자들에게 천벌을 내릴 것”이라며 공공연하게 경고한다. 실제 그들은 1982년 서방으로 탈출했다가 한국에 망명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처조카 이한영 씨를 암살했다.

탈북자들은 자신의 이름이나 얼굴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기자들이 “신원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겠다”라며 인터뷰하자고 설득해도 번번이 손사래를 친다. 자신의 신상정보가 북한에 알려지면 두고 온 가족이 위태로워진다는 걸 알고 있어서다. 실제 가족의 신변을 볼모로 협박이나 회유를 당해 어쩔 수 없이 간첩이 된 탈북자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교 탈북자 출신인 서울시 공무원이 탈북자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로 구속됐다는 동아일보 보도 이후 탈북자 사회는 패닉에 빠졌다. 북한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을 보호해 주리라 믿었던 우리 정부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배신감까지 더해졌다. 그런데 정작 이들을 지켜 줘야 할 의무가 있는 공무원들은 무사태평이다.

중앙부처 A 공무원은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탈북자 정보가 민감한 정보인가? 다른 개인정보보다 대단할 이유가 뭐냐. 그거 가져다 어디 쓴다고 하던가”라고 말했다. 서울시 B 공무원은 “탈북자 개인정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취급을 하진 않는다”라고 했다.

통일부의 주거지정착지원시스템(3S-NET)과 보건복지부 사회복지통합망 등을 통해 인가받은 공무원들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열람할 수 있는 명단은 일반 국민의 개인정보와는 차원이 다른 기밀에 속한다. 그럼에도 수만 명의 목숨이 걸린 국가기밀을 물자 재고 정보 수준으로 다루고 있는 것이다.

탈북자의 아픔을 보듬고 사회의 일원으로 키워 가야 할 의무가 있는 대한민국 공무원의 의식 수준이 이 정도라는 건 한심한 일이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서둘러 정보관리 체계를 개선하고 담당 공무원의 의식도 바꿔야 한다. 담당 공무원들은 탈북자 처지에 서서 역지사지하는 자세로 이번 사건을 바라보기 바란다.

강경석 사회부 기자 cool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