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발표된 영화 ‘트루먼 쇼’는 누구나 진실이라고 믿는 현실 세계가 실제로는 모두 조작된 것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태어나면서부터 철저히 만들어진 삶을 살아온 주인공의 이름을 트루먼(true·진실한+man·사람)이라 지은 것은 기막힌 반어법(反語法)이다. ‘강남스타일’로 세계적 스타가 된 싸이는 한 인터뷰에서 “쉽게 말하면 영화 ‘트루먼 쇼’ 같아요. 이거 지금 ‘몰카(몰래카메라)’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라고 말했다. 전 세계인이 자신의 말춤에 들썩거리는 비현실적인 상황에서 영원히 깨어나고 싶지 않다는 솔직한 심정을 토로한 것이다.
▷미국 정부의 명시적 반대에도 북한을 방문(7∼10일)했지만 빈손으로 돌아와 ‘쓸모 있는 바보(useful idiot)’란 비아냥거림을 들었던 에릭 슈밋 구글회장 부녀(父女)의 방북기가 화제다. 딸 소피 슈밋은 자신의 블로그에 “북한은 나라 전체가 거대한 ‘트루먼 쇼’ 같았다”고 썼다. 19세 소녀가 북한의 현실을 정확히 묘사한 것 같아 공감이 간다. 소피는 “평양 체류기간에 북한 당국이 허가하지 않은 어떤 사람과도 대화할 수 없었다”며 “내가 보고 들은 것을 곰곰 생각해 볼수록 그것이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점점 더 확신을 잃었다”고 말했다. 북한을 처음 찾은 소피에게도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것이 조작된 현실이라는 사실만큼은 분명해 보였나 보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