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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호의 경제 프리즘]미래부가 미래재앙 되는 길 피하려면

입력 | 2013-01-23 03:00:00


허승호 논설위원

2주 전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의 불확실한 미래’라는 제목의 이 난 칼럼은 “미래부의 명칭이 적절치 않으며, 5년 후 다시 조직개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또 “수십 년 후를 내다보는 부처가 필요하다면 그 부처가 오래갈 수 있도록 조직을 짜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어제 대통령직인수위의 정부조직 개편 2차 발표에서 보듯 미래부를 만들겠다는 박근혜(GH) 당선인의 생각은 요지부동이다. 이제 기자는 한 걸음 물러서 ‘미래부가 GH의 창조경제에 기여하되 나라의 미래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려 한다.

ICT와 기초기술은 서로 文法이 다르다

①정보통신기술(ICT)은 스마트혁명과 결합돼 쇼핑 학습 의료 에너지 등 전 산업에 빅뱅을 일으킬 ‘미래 비즈니스’의 핵폭탄이다. ICT 변화의 흐름을 내다보고 대비하면서 국무회의와 국회에서 전문성과 책임을 가지고 의견을 펼 수 있는 전담 장관이 필요하다. 미래부의 한 차관이 이 분야를 관장토록 한 것은 여전히 실망스럽다.

한편 기초과학은 당장 미래의 먹을거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ICT나 기반기술과 달리 단기 성과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미래부가 “GH정부 임기 내에 신성장 동력 창출의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며 욕심 부릴 경우 기초과학은 뒷전으로 밀릴 우려가 크다. 기초과학 연구투자를 유지하려면 두 분야 사이에 벽을 쳐 별도 관리해야 한다. 예를 들어 투자예산의 40%는 기초과학 몫으로 떼놓는 방식이다.

②대통령 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없애고 관련 기능을 미래부로 옮기는 듯하다. 원자력 산업 진흥과 안전 규제를 모두 미래부가 맡을지, 진흥은 산업통상자원부가 하고 규제는 미래부가 할지는 불투명하다. 어떻게 되든 문제다. 안전을 감독하는 독립 위원회 설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고사항이다. 지금도 말끔치 않은 원전 안전 의구심이 미래부 장관 산하 위원회로 가면 더 커진다. 미래부가 진흥과 규제를 총괄한다면 선수가 심판까지 하는 격이어서 불안은 극대화된다. 그뿐 아니다. 원전에 문제가 생길 경우 미래부 장관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면 장관의 관심사는 온통 그곳에 집중된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의 미래를 제대로 구상하고 국가비전을 가다듬을 수 없다. 미래부 장관은 당장의 핫이슈에서 떨어져 좀 자유로워야 한다.

③방송통신위원회를 존속시켜 방송사 인허가와 사회문화적 규제를 맡긴 것은 잘한 일이다. 방송통신은 정치색이 짙다. 방통 규제까지 미래부가 맡는다면 미래부 장관은 정치공세의 늪에서 헤어날 수 없으며, 미래부 본래 기능이 고사할 위험이 크다.

미래부의 미래부터 올바로 준비하라

④기초기술 연구의 상당 부분은 대학이 수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것까지 미래부로 옮기자는 주장이 있다. 무리다. 대학의 산학협력은 ‘교육과 연구’라는 대학 본래의 목적과 조화되는 경우에 그쳐야 한다. ‘학문 후세대 양성’은 대학의 양보할 수 없는 가치로, 만일 산학협력과 충돌할 경우 대학은 망설임 없이 교육을 택한다. 미래부는 산학협력만 가져가면 된다. 대학 연구기능의 미래부 이관 주장은 대학원생을 ‘신기술 개발 보조자’쯤으로 보는 잘못된 시각이다.

⑤미래부라는 조직과 명칭은 오래가기 힘들다. 미래부는 제발 마음을 비우고 자신의 미래부터 준비해야 한다. 훗날 받을 충격을 줄이려면 간단히 분리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의 단순결합으로 짜둬야 한다. 그 이상을 덧대거나 섞으면 GH 임기 중의 불필요한 혼선은 물론이고 그 뒤의 정말 복잡한 갈등을 각오해야 한다. 설혹 부처 간판을 내린다 해도 그 기능만큼은 안정되고 오래가도록 해두는 게 애국이다. 새 대통령이 나올 때마다 정부 전체가 몸살을 앓도록 하는 것은 미래 창조가 아니라 재앙의 씨앗 뿌리기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