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율 높은 질환 10개중 8개가 암… 진료비 5년새 3.2배로
《 한국의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는 산업화를 이끈 주역이다. 젊은 시절부터 쉼 없이 일했다. 가정에서는 부모를 봉양하고 자식을 부양해야 하는 ‘이중 부담’에 시달리는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은 과도한 업무 부담과 스트레스를 음주나 흡연으로 푸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잘못된 습관이 치매, 암, 뇌혈관질환을 부른다. 이윤환 아주대병원 교수(예방의학과)는 “스트레스나 과로는 모든 질환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 음주와 흡연이 겹치면 건강을 더욱 악화시킨다”고 지적했다. 》
○ 음주·흡연 관련 질환으로 신음
환자 증가율이 가장 높은 치매도 술과 관련이 깊다.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는 술을 지나치게 마시면 손상을 입는다. 필름이 끊기는 현상이 반복되면 뇌가 심하게 손상된다. 알코올성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말이다.
고혈압도 마찬가지. 술을 마시면 혈관이 수축돼 혈압이 올라간다. 베이비부머 고혈압 환자가 5년 사이에 약 83만 명이 늘어난 배경에는 음주가 상당한 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베이비부머의 음주율은 다른 연령대보다 높다. 보건복지부의 2010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남성 음주자 중 고위험 음주자의 비율은 50대(30%), 40대(29.9%), 30대(29.4%), 60대(18.5%) 순이었다.
여성의 고위험 음주자는 50대 3.9%, 40대 8.7%로 훨씬 낮다. 같은 베이비부머라도 남성과 여성이 주로 앓는 병이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성은 간질환, 심장질환, 당뇨병을 많이 앓는 반면에 여성은 충치(치아우식증), 기관지염, 천식에 주로 시달렸다.
시도별로 특정 질환이 많은 점도 눈에 띈다. 고혈압은 강원, 기관지염은 제주, 간 질환은 전남, 천식은 경남, 축농증은 광주인 식이다. 이런 분석결과를 활용하면 지역별 특성에 맞는 질병예방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만성질환 관리해야
국내 노인 인구는 518만4000명이다(2011년 기준). 전체 인구의 10.5%를 차지하지만 노인 의료비(15조3893억 원)는 전체의 33.3%나 된다. 노인 인구가 2004년 374만8000명에서 7년 만에 38.3% 증가하는 동안 노인 의료비는 5조1364억 원에서 300% 급증했다.
방영주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좋지 않은 생활습관이 오랫동안 누적되면 암에 걸리는 만큼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 암 환자 역시 함께 늘어난다”고 말했다.
암을 포함한 만성질환은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받으면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2010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50대 남성 베이비부머의 건강검진 수진율은 65.9%로 40대(67.1%)와 60대(71.2%)보다 낮았다. 건강검진 수진율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
방 교수는 “대장암, 유방암은 비만이나 지방 섭취와 연관이 있다”며 “채소를 많이 먹고 짠 음식이나 탄 음식을 적게 먹도록 해야 암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질병이 국가사회에 미친 영향은 외국 사례가 잘 보여준다. 미국에선 이들이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연금 재원이 줄었다. 이는 주가 하락, 저축 감소, 의료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졌다. 일본에서도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노인이 늘어 복지비용이 증가했다.
한국의 경우 국민연금을 받을 베이비부머 중 47%는 예상 수령액이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한다. 국가 차원에서 만성질환 예방을 포함한 사회안전망을 갖춰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샘물·신진우 기자 evey@donga.com
빅데이터 국가전략포럼 분석팀
△한국정보화진흥원 박정은(부장) 차재필(선임연구원)
△SK텔레콤 김기남 최병욱(성장솔루션팀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