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늘을 뒤덮은 스모그는 산업화에 매달리느라 대기환경을 소홀히 했던 우리나라의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도 연탄 때고 유연휘발유를 쓰던 시절엔 베이징 못지않은 스모그에 시달렸다. 우리나라 공기가 깨끗해진 것은 연료를 도시가스로 바꾸고 정유회사들이 탈황(脫黃)시설에 많은 투자를 한 결과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지만, 그 대가로 공기의 질과 국민건강을 희생하고 있다.
베이징의 스모그는 서해 상공을 지나 한반도에까지 넘어온다. 난방을 많이 하는 겨울철임을 감안해도 한국 주요 도시의 미세먼지 농도가 평소보다 2∼3배 높아졌다. 미세먼지(PM-10)는 일반먼지와는 달리 기도(氣道)를 거쳐 폐로 잘 들어간다. 특히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 먼지에는 납과 카드뮴 등 중금속도 포함돼 있다. 국내 초미세먼지(PM-2.5)의 25∼60%가 중국에서 건너온 것이라는 국립환경과학원의 분석(2009년)에 비추어 볼 때 이번 스모그에도 상당량의 중금속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스모그와 중금속 농도에 대한 자료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중일이 황사 해양오염 기후변화 등 환경 분야 협조체계를 만들기 위해 매년 환경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있지만 자료공유 시스템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한 것이다. 스모그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데 중국은 베이징의 공기 자료조차 주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광고 로드중
환경오염은 경제발전 단계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환경을 개선하지 않고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중국도 인식할 때가 됐다. 중국은 자국민을 위해서라도 관련 법규를 마련하고 시설투자를 통해 스모그를 줄여야 한다. 그 이전에 오염물질이 국경을 넘어가 이웃 국가에 피해를 줄 때는 오염자료라도 공유해 피해를 줄이도록 도와야 한다. 그것이 책임 있는 나라의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