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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지식창고’ 전남도립도서관은 자원봉사자의 천국

입력 | 2013-01-16 03:00:00

직원 17명이지만 연간 봉사자는 9135명




전남 무안군 삼향읍 남악리에 개관한 전남도립도서관. 지붕을 책 모양으로 꾸미고 벽에는 한글 창제 뜻을 새겼다. 전남도립도서관 제공

15일 오후 전남 해남군 송지면 송호마을. 한반도 최남단인 이 마을에 반가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찾아가는 도립도서관 책책빵빵’이란 문구가 새겨진 버스가 마을회관 앞에 도착하자 주민들은 박수로 반겼다. 이 버스는 전남도립도서관이 운행하는 작은 도서관이다. 도립도서관은 독서문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오지의 주민들을 위해 35인승 버스를 서재와 DVD 시청각실 등으로 꾸몄다. 버스에 오른 주민들은 서재에 꽂혀 있는 1000여 권의 책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난생처음 대출 회원증을 만들고 책을 빌린 주민들이 마을회관에 다시 모였다. 그림책 ‘하얀 눈썹 호랑이’를 펼쳐든 동화구연가 최석자 씨(57·여)가 호랑이가 망신당하는 장면을 맛깔스럽게 표현하자 주민들은 손뼉을 치며 웃었다. 최동호 전남도립도서관장은 “문화 소외지역에 책의 향기를 전하기 위해 전남의 끄트머리인 송호마을을 찾아 첫 이동도서관을 열었다”며 “앞으로 섬, 산간, 오지마을을 매주 두세 차례 방문해 책도 빌려주고 다양한 독서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자원봉사자들의 천국

전남 무안군 삼향읍 남악리에 사는 최종오(68) 김진희 씨(65) 부부는 전남도립도서관에서 일주일에 3차례 자원봉사를 한다. 4년 전 교사로 정년퇴임한 최 씨는 도립도서관이 개관한 지난해 1월부터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있다. 최 씨는 간행물실에서 신간이나 신문을 진열하고 장애인들을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다. 디지털자료실에서 일하는 부인 김 씨는 DVD 대출과 반납 처리, 교육방송 다운로드 등의 업무를 돕고 있다. 최 씨는 “도립도서관은 자원봉사자들이 꾸려가는 도서관이라고 할 만큼 봉사자가 많다”며 “봉사도 하고 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으니 노년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권미영 씨(38·여)는 도서관에서 재능을 기부하는 동화구연가다. 지난해 6월부터 일주일에 한두 차례 6, 7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동화구연과 함께하는 책놀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림책이나 교과서에 수록된 책을 골라 읽어주고 창의적인 놀이를 하는 이 프로그램은 정원이 15명이지만 인기가 좋아 22명이 참여하고 있다.

전남도립도서관은 자원봉사자들의 천국이다. 사서를 포함한 도서관 직원은 17명이지만 업무를 돕는 자원봉사자는 144명이다. 1년간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연인원이 9135명이나 된다. 이들은 7개 자료실에서 하루 3시간씩 교대로 근무하며 주민 참여형 도서관의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 도민의 문화사랑방


전남도립도서관은 연건평 1만2000m²에 지하 1층, 지상 3층 건물로 책 모양 지붕으로 꾸몄다. 벽에는 한글 창제 뜻을 새겼고 기둥은 남도 대표 작가 작품으로 세웠다. 도립도서관은 문을 연 지 1년 만에 47만 명이 다녀가는 등 도민의 ‘지식창고’이자 ‘문화사랑방’으로 자리매김했다. 전남지역 60개 공공도서관의 대표 도서관 격인 도립도서관은 지난해 ‘책 읽는 전남’을 선포한 뒤 특정 책을 선정해 함께 읽는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 등을 펼쳐 호응을 얻었다. 정보서비스위원회, 운영위원회, 도서구입선정위원회를 운영하며 도서관 활성화를 꾀했고 각 도서관과 협력네트워크를 구축해 통합자료검색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독서동아리나 가족의 책읽기를 발표하는 ‘제1회 독서동아리·독서가족 발표대회’를 여는 등 이색 독서 캠페인을 펼쳤고 도서관 1층에서는 지역 화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회를 16차례 열었다. 이런 프로그램 덕분에 1년 만에 도서관 회원은 2만7446명으로 늘었고 대출 도서도 38만5800여 권이나 됐다. 책 기증도 잇따라 지난해 일본 나라(奈良)여대 나카쓰카 아키라(中塚明·83) 명예교수가 소장하고 있는 도서와 자료 1만5000점을 무상으로 기증했고 삼호중공업도 1000만 원 상당(700여 권)의 신간 도서를 내놓았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